일상의 변론
바닥에 머리만 대면 다음날까지 연속적으로 잠울 푹 자던 시절이 분명 있었을텐데, 그 때가 언제였던가 할 정도로 기억이 아련하다. 제대로 잠을 잤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할만한 질좋은 수면을 취하지 못 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해 늘 피로감에 무기력하다.
무의식에 가두어 놓은 의식들!
자가진단에 따르면 불면증은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매일 일정한 시각에 잠에서 깨고 뒤척이기를 반복하다가 일어나야 할 시각을 앞두고 잠에 빠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생활이 길어진다. 잠을 더 자고 싶은 욕구가 들지만, 몸을 일으켜 일하러 나가야 한다. 이토록 간절한 잠이 새벽에 깬 후 무슨 이유로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의식과 무의식. 인간의 의식을 양분할 수 있다면, 활동하는 동안은 의식이, 수면동안은 무의식이 지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식이 지배하는 동안 억울한 경험, 슬픈 경험, 시기와 분노, 허무와 절망과 같은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것들을 무의식의 세계로 차곡차곡 쌓아둔다. 인내와 절제, 용서와 포용이라는 제목 하에 부정적인 요소들을 무의식의 창고로 보낸다.
의식적으로 "괜찮다"라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잠이 들면 의식으로부터 봉인해제된 무의식이 활동하기 시작한다. 의식적으로 억눌러 놓았던 부정적인 잔상들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무의식 속 내용물이 강력한 나머지 쉬고 있는 의식을 흔들어 놓는다. 뇌 속에서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의식 중에 하고 싶었던 행동을 하거나 현실에서 벌어졌다면 뒷감당이 어려운 행위를 잠결에 한다. 혹은, 현실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희망사항들이 모두 이루어져 뇌와 몸이 극도로 흥분하게 된다. 잠에서 깬다. 무의식의 결과가 기억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다. 화장실을 다녀 오거나 보지도 않을 TV를 켜 놓거나 음악을 틀기도 한다. 어쨌든 의식적인 활동 일부를 하게 된다. 이도저도 아니면 의식상태에서 이불 속에 한동안 있게 된다.
무의식의 메모리 초과!
선량한 분업노동자, 성실한 사회생활자에 대한 요구가 강해질수록 무의식 창고의 적재물은 증가한다. 막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무의식 속 저장물도 많지 않을 것이다. 지위가 낮을수록, 연약할수록 무의식 속 저장물이 많다. 시선과 평가에 구속되기 쉽고 내심의 자아가 요구하는 데로 행위할 수 없다.
무의식 속에 쌓아 둔 수많은 분노, 걱정, 염려, 불안이 용량 초과 상태에 이르면 잠에서 깨어난다. 잠자리에 들어도 수차례 시뮬레이션이 머리 속에서 일어난다. 일정한 긴장 탓인지 소변도 자주 마렵다. 문제없는 척 보여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정한 불면을 겪는다. 단순히 사회, 기술의 변화에 주된 원인을 둘 수도 없다. 철학적으로 삶은 고뇌의 연속이기 때문에 불면의 날들이 이어진다고 넘기기에도 어딘가 자신과는 맞지 않아 보인다.
무의식의 활동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의식이 불면의 불편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