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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Nov 24. 2019

갈수록 신기루

일상의 변론


인생이 초반에는 명확했다. 목표도 명확하고 해야 할 일도 분명했다. 그런데, 마흔살이 넘은지 몇년쯤 지나니 인생이 무엇인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지금껏을 뒤집고 다르게 살 수나 있을런지 갈대처럼 분별없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다.


사막 한 가운데 몸에서 물기가 거의 다 빠져나가서 한 방울의 물이 혓바닥을 적실 수 있기를. 정신이 혼미해지면 오아시스가 눈 앞에 펼쳐진다.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어 걸으면 물을 실컷 마실 수 있을 뿐 아니라 맑게 고인 물을 흐트러 뜨리며 두 손 모아 물을 공중으로 마구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방금전까지, 오아시스의 신기루를 보기 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잠재력, 지구력이 마구 샘솟는다.

 

착각, 착시, 환상은 광기를 야기한다. 그것이 허구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힘을 짜내서 걷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믿음 때문에 힘을 짜낸다. 인생은, 인생에서 나의 의미와 목표는 무엇일까. 저 신기루를 좇아 걸어간 끝에 또다시 신기루만 보일 뿐이라면, 그렇지 않고 진실로 오아시스가 나를 적시게 만들 수 있었는데 포기하는 바람에 물을 마시지 못 해 인생이 그 어느 지점에서 끝나버린다면, 가능성 중에서 갈등이 생긴다.

 

걸어왔고, 달리기도 했으며, 다시 또 걷는다. 신기루일지, 오아시스일지는 아직도 명쾌하게 확인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걷지 않으면 그걸로 끝인데 말이다. 중요하고도 확실한 사실은 점점 두 다리의 피로가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희망이 줄어들고 있고 회의와 의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미란 무엇인가. 존재의 의미, 그리고 존재가 추구해야 할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적인 삶을 살면서 변하는 것은 자신뿐이다. 늘어지고 축쳐지고 통증과 고혈압, 당뇨와 불면으로 달라지고 변함은 자신이다. 세상이 변한다고는 하지만, 신기루와 오아시스를 확인하기 위해 각자 걷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예상보다 세상은 시끄럽고, 정돈되어 있지 않다. 심란함이 이 때문에 증가한다. 어쩌겠는가. 어쩌다가 현실로 떨어졌고, 현실에서 벗어나게 될 수순을 달갑지 않게 기다려야 하는 인생에서 우리는 뚜벅이일 뿐이다.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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