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의 성장_찐만두
나는 언덕길을 걸어 두 고개 정도를 넘어서 가야 집에 갈 수 있었다. 두 고개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지만 언덕길이 약간의 평지로 바뀌는 부분이 두 번 정도 나왔다. 두 번의 평지는 그렇다고 아주 언덕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지는 아니었다. 언덕길의 양쪽으로는 초입에는 초등학교와 가게가 있었다. 가게는 슈퍼와 화원 그리고 만두집이 기억이 난다.
내가 가장 유심히 보면서 지나치는 곳은 당연히 만두가게였다. 만두가게는 주인아저씨가 항상 직접 만두를 만들어서 쪄내는 가게였다. 주인아저씨는 앞치마와 토씨를 항상 하고 있었다. 내가 그 앞을 지나칠 때 아저씨가 나와서 둥그런 철로 된 커다란 뚜껑을 열면 하얀 김이 나오면서 천이 깔린 판에 만두가 빼곡하게 차 있었다. 주인아저씨는 한 김 빠진 그 만두판을 가게로 들고 가서 손님에게 내주거나 유리로 된 진열대에 놓았다.
찜통을 열 때 언덕길을 오르거나 내려가고 있다면 나에게 그날은 맛있는 만두를 볼 수 있는 참 운이 좋은 날이었다. 만두의 크기는 달걀만 하고 하얗고 동그랬다. 한입으로 먹기에는 조금 크고 두 입 먹으면 딱 좋았다. 속은 잘게 다진 야채와 고기가 들어있었고 피도 아주 얇았다. 고춧가루와 식초를 뿌린 간장에 만두를 찍어 먹으면 폭신한 피가 찢어지면서 육즙이 나왔다. 별로 씹지 않아도 사르르 녹아내려서 열개는 쉽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만두 맛보다 갓 쪄진 만두에서 나는 하얀 김과 냄새가 좋았다. 그리고 터질 듯이 속이 비치는 하얀 만두가 유리 진열장안에 진열되어 있거나 막 찜통에서 쪄져서 나올 때 동그랗고 하얀 만두의 무리를 마주치는 게 좋았다. 내가 먹을 것도 아니지만 만두를 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집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항상 보던 만두집이 어느 날 사라졌다. 언제 사라진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만두에 대해서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 이후로는 찐만두를 사 먹을 기회도 사라졌는데 주로 중국집에서 주는 튀긴 만두나 명절 때 집에서 먹는 만둣국이 다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나는 어릴 적 동네에서 사 먹던 그 만두가 먹고 싶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아봤다. 회사가 을지로입구였기에 명동의 화교가 하는 유명한 만두집도 들낙거리면서 다 찾아봤다. 하지만 비슷한 모양의 만두는 피가 호빵처럼 두꺼운 만두였다. 속이 비치도록 얇은 피로 만들어진 작고 동그란 만두는 없었다. 그 만두를 다시 먹을 수가 없어서 더욱 잊히지가 않았다. 중국에 가서 만두를 다 먹어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만두피가 두꺼운 게 문제였다.
언덕길을 올라서 만두집 앞을 천천히 걸어가던 때가 있었다. 작고 하얗고 김이 폴폴 나는 만두 무리들을 마주치면 침이 고이고 기분이 좋았다. 얼른 집에 가서 할머니나 어머니한테 돈을 받아서 만두를 사 먹어야지 하던 때 나에게 작은 행복을 주던 양송이 같은 만두 무리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