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가벼워지는 인생의 한 가지 법칙

by 서영수

놓고 싶지 않지만, 결국 놓아주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살아온 삶이 그렇다. 그 속에는 더는 곁에 없는, 한때 깊이 사랑했던 사람도 포함된다. 함께 걷던 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었던 말들, 손에 닿았던 온기까지. 모든 게 선명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무언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어떤 기대는 때로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난 시절에 연연할수록 지금 이 순간만 내 곁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브 융도 이렇게 말했다.


"뭔가에 저항하면,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버틴다."


기억을 붙들고 놓지 않으려고 집착할수록, 오히려 과거의 기억이 선명해지면서 우리 발목을 잡는다. 그러면 오늘을 제대로 살아내기 어려워진다.


인생은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던 시절을 지나, 어떤 것만 가능한 시기를 거쳐, 결국 거의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은 시간에 이른다. 그 시기를 지날 때마다 희망은 절망으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젊은 날의 원대한 꿈은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소박한 소망으로 축소된다.


슬픈 일이지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아무리 하고 싶지 않아도 결국 하게 되는 일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둘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이다. 잡아야 할 것에 온 힘을 다하고 흘려보내야 할 것은 담담히 보내는 것, 잡을 것과 놓을 것을 분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밤이 가르쳐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