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단순히 숫자를 세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 안에 켜켜이 쌓인 삶의 결을 만져보는 일이다. 오래 살았다고 반드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일을 겪었을 것이 분명하니 기억할 추억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날들은 지금의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 내가 살았던 시간이지만 낯설다. 마치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거리감이라고 할까. 어쩌면 내가 매 순간 조금씩 변해왔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지만, 지금만을 살 수 없는 존재다. 인간은 본래 과거를 회고하고 미래를 내다보려고 애쓰는 존재기 때문이다. 기억 없이 현재에만 머무를 수 있다면 삶은 훨씬 단순했을지 모른다. 동물처럼 오직 오늘 하루만을 살아간다면, 아프지도 그립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너무 많은 것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모든 것들을 생각하고, 기억하고, 다시 마음에 되새긴다. 때론 그것이 삶을 무겁게 만들지만, 그 무게 덕분에 우리는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모든 기억이 꼭 유쾌한 것은 아니다. 어떤 기억은 아프고, 어떤 순간은 여전히 마음을 찌른다. 그럼에도 그 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따뜻한 장면들이 있다. 빛나는 한순간이 모든 시간을 품고 있는 듯한 기억, 그 조각 하나만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지난 시절을 돌아볼 이유는 충분하다. 추억은 그런 것이다. 슬픔 속에 기쁨이 숨어 있고 상실 속에 여운이 머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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