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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빈자리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by 서영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말하지만, 시간은 상실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모양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것임을 나는 여러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어떤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주기도 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시간이 흐르면 잊히고, 괜찮아지고, 결국 다른 무언가로 빈자리가 채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보니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떤 상처나, 빈자리는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남기도 한다. 다만 희미해지거나 단지 그 빈자리에 익숙해질 뿐이다.


시간이 갖는 치유의 힘 때문에 과거의 상처가 이젠 더 이상 아프지 않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문제는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순간에 그 기억이 불쑥 떠오를 때다. 마치 낯선 골목을 걷다가 어디선가 오래전에 들었던 음악이 불쑥 흘러나올 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문득 그 사람의 웃음과 겹쳐질 때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이 조용히 다시 떠오른다. 마치 나 아직 여기 살아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때는 무척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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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절실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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