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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20. 2022

함께 이야기할 자신이 있는가

"그녀와의 결혼을 선택하기 전에 이런 자문을 해봐야 한다. '너는 이 여자와 늙을 때까지 함께 이야기할 자신이 있는가..' 사랑의 감정은 일시적이지만, 함께 지내는 대부분은 대화이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이다.


위대한 철학자인 니체가 이런 말을 했다고, 오래전 어느 책에서 본 글이니 정확하진 않다. 아무튼 니체의 말이라고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한동안 생각했다. 흠, 맞는 말이긴 한데, 니체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니체가 살아 있었다면 그에게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텐데 그럴 수는 없고, 하여, 다음에 쓰는 말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사견이다.

인간의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고 퇴색된다. 황홀한 '첫' 느낌은 세월에 따라 희미해지고, 비교적 최근의 '나중' 느낌만이 남아 나를 힘들게 한다. '나중 느낌'이란 시간이 많이 흘러 그 사람의 실체와 실상에 대해 알게 되면서 실망하게 되는 그 어떤 느낌을 말한다.


왜 그 사람을 알게 되면 알수록 실망하게 될까? 나나 당신 모두 '연약하고 불완전한’, 무엇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면 되지 않느냐고? 글쎄, 그걸 몰라서 수많은 부부들이나 오래된 연인들이 갈등하며 마지못해 살거나 심지어 헤어지는 것일까.


안 그런 사람들도 있다고? 맞다. 그런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공고해지는 둘만의 유대관계를 형성한 사람들, 세월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온전한 사랑을 지켜가는 사람들이.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노력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첫 느낌을 잃지 않도록 많이 애쓰고 애써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니체의 말대로 그 첫 느낌보다는 죽는 순간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만나든지. (그것도 쉽지 않다고. 그러니 사랑은 이래저래 힘든 거다)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의 핵심은 대화가 되느냐이고, 그 대화는 얼마나 상대의 말을 잘 들어줄 수 있느냐,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다. 무엇보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칼 융 또한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판단한다."


그런 성정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으니 서로의 관심사가 비슷하든지 아니면 재미있든지, 둘 중 하나여야겠다. 늘 재미있기는 어려우니 관심사나 추구하는 가치가 같은 게 좋다. 무엇보다 부족한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금상첨화다.


내가 애정하는 일본이 낳은 천재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도 이렇게 말했다. "나를 이해해 줄 수 없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 그건 교육의 정도나,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야. 말하자면 그 사람이 내 마음과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아닌지,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 첫 느낌에 너무 끌려가지 말고, 나중 느낌을 위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그렇게 해도 살다 보면 힘든 게 남녀 사이니까. 이미 늦었다고?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하든지, 그마저 어렵다면 내가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든지 해야 한다.

1년 전 이 무렵 마룬 5의 <Sugar>라는 곡을 소개한 내 글을 다시 보게 되면서 오늘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괜찮은 곡을 들으면서 왜 이런 시니컬한 말을 하느냐고, 그러게 말이다.


동영상 속의 그들은 모두 아름다운 시절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고, 내가 말한 건 아주아주 나중에 찾아올 상황이니 지금은 그 '첫 느낌'을 마음껏 즐기라고 나도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 어려운 시기를 맞기 전에 서로 많은 대화를 하길 바란다는 것도. 부디 서로의 상처나 약한 부분까지도 잘 보듬어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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