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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9. 2021

커피

나의 일상

주말에는 집 근처 스타벅스에 가곤 한다. 자주 가서 익숙한 곳이기도 하지만, 그곳만큼 책을 읽기 편한 곳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보다 집중하기 좋고, 책을 보다 지겨우면 창밖 풍경을 보면서 기분전환을 하기도 좋다.




처음에는 '아메리카노'나 '오늘의 커피'를 마셨다. 가끔 비치된 우유를 넣어서 마시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미국 연수를 가기 전엔 주로 믹스 커피를 마셨던 것 같다. 그때는 스타벅스가 들어오기 전이었고, 지금처럼 커피전문점도 거의 없었다.


대학시절에는 커피는 부족한 잠을 깨우기 위한 수단이었고, 커피 본연의 향과 맛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피곤함을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엔 변함이 없다.  


미국에 가보니 믹스 커피는 당연히 없었고, 모두 원두커피를 마셨다. 처음엔 뭐랄까.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곧 익숙해졌다. 이젠 믹스커피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믹스커피를 잊지 못한다. 믹스커피에 어린 추억 때문이다. 대학을 다닐 때 좋아했던 사람과 교정에 있는 자판기에서 뽑아먹던 그 커피가 여전히 그립다. 어쩌면 커피보다는 그 시절 함께 했던 그 사람이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지만.  




커피 본연의 향과 맛을 음미하기엔 커피 원두를 내린 드립 커피만 한 것이 없다. 이젠 우리나라도 미국만큼 스타벅스가 흔해졌다. 바리스터가 다양한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제공하는 스타벅스 리저브도 꽤 늘었다. 거기다가 블루보틀도 들어왔고. 이제 커피에 대해선 어느 나라 못지않게 다양해진 것 같다.


최근에는 에스프레소에 데운 우유를 넣은 '라떼'를 마시거나 '카푸치노'를 주로 마신다. 진한 커피맛이 부담이 돼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 부드러운 게 좋아져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우유를 넣으면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이 사라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마시기는 훨씬 부드럽다. 그것도 우리 인생을 닮았다.  




커피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닌데, 글이 의도와 다르게 그렇게 가버렸다(이 글은 스타벅스와 관련도 없다). 지난 주말에도 오랜만에 스타벅스에 갔다. 그런데 자리가 없었다. 날도 화창한데, 스타벅스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자리가 없어서 커피만 사서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좌석이 줄어든 탓인 것 같다. 할 수 없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다.


"추운 새벽 크루아상을 사 와서 사랑하는 사람이 깨기 전에 그를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연인은, 상대가 커피를 마시거나 크루아상을 먹는 모습에서 자신이 커피를 마시거나 크루아상을 먹을 때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미셸 퓌에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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