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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새해의 질문

by 서영수

2023년 첫날, 출근을 해보니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새해가 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사무실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분위기도, 심지어 옷차림조차도 지난겨울에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 이거 달력만 바뀐 거 아니야? 2023년을 슬쩍 2022년으로 써도 모를 것 같다. 1살 더 먹는 것보다는 2022년이 낫겠다 싶기도 하고. 3을 2로 슬쩍 바꾸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냥 다시 2022년으로 돌아갈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내가 바뀌지 않았으니 모든 게 그대로인 거다. 왜 변화가 없겠는가? 어제의 공기가 오늘의 공기일 수 없고, 어제 봤던 사람들이 오늘 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없다. 미세하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사람이고 사물이 아니던가. 나만 바뀌면 되는 거였다.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몇 가지 새해 다짐을 했다. 일기에다 올 한 해 꼭 해야 할 일들을 적었다. 지난해 하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한 '나 자신과의 약속, 나의 변화'였다. 적고 보니 이걸 아직도 결심이라고 쓰고 있네, 나도 참 안 변하네, 하는 씁쓸한 마음도 든다.


작년 초에 결심했던 목록과 비교해 보니 엇비슷했다. 이 부분이 여전히 안 되고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그래 올해에는 꼭 이루어보리라 마음먹는다. 오은 시인의 <1년>이라는 시처럼 ‘다시 1월, 1년만큼 더 늙은 내가 또 한 번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달력이 바뀐다고 새해가 거저 오는 건 아니었다. 내가 새로워져야 비로소 '새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건 내일에 맡기고 나는 '지금 이 순간,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라틴어의 이 경구처럼.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오늘을 붙잡아라.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그리고 메리 올리버의 시 <정원사>를 읽으며 스스로에 대한 질문으로 삼았다. 올 한 해, 이 질문들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김탁환 작가의 <섬진강 일기>에도 나오듯,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귀하고, 그 질문을 오래 곱씹으며 자신의 삶을 바꾸는 이는 더 귀하니까.'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올해도 그 질문처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질문은 언제나 과거형이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나는 충분히 살았을까?

나는 충분히 사랑했을까?


올바른 행동에 대해 충분히 고심한 후에

결론에 이르렀을까?


나는 충분히 감사하며 행복을 누렸을까?


나는 우아하게 고독을 견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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