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Jan 13. 2023

낡은 것과의 싸움

며칠 아파서 출근하지 못하다가 어제 모처럼 출근하니 모든 것이 새롭다. 늘 있었던 곳이고 매일 봤던 사람들이지만 며칠 떨어져 있다가 다시 보니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없었던 거다. 내가 그렇게 느꼈던 것일 뿐. 오늘 만나는 사람이 어제와 같은 그 사람도 아니다. 나는 그 익숙함으로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으니...


다자이 오사무는 낡은 것과 싸우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 전부를 걸었다고 하는데, 나는 나를 바꾸기 위해 무엇을 걸었단 말인가. 걸기는커녕 적당히 타협하며 하루하루를 편히 살려고 하지 않았는가. 절실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는 것인데도.


내가 매일 보는 사람들과 매일 나에게 주어지는 것들 중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단 한 명도, 단 하나도 없었다. 익숙함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져 나도 잃고 세상도 잃었던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단 하루를 살더라도 그 하루하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자고 마음에 새기는 수밖에.





"제 싸움. 그건 한마디로 말하면,

낡은 것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진부한 거드름 피우기에 대한 싸움입니다.

빤히 들여다보이는 겉치레에 대한 싸움입니다.

쩨쩨한 것, 쩨쩨한 사람에 대한 싸움입니다.


저는 그 싸움을 위해,

제가 가진 것 전부를 잃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_ 미남자와 담배>




매거진의 이전글 나 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