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악가가 있다. 일본 출신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 벌써 그의 나이 71세, 그는 몇 년 전부터 암 투병 중이다. 암 때문에 체력이 떨어져 제대로 된 연주 활동을 하기 어려워 최근 온라인으로 연주회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데 최근 신문을 통해 그의 소식을 들었다.
그의 인터뷰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 "음악으로 사람 기운을 북돋운다든가 용기를 준다든가 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 그런 목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사회적, 정치적 영향을 주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음악(예술)을 만든다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신경 쓰는 게 아니다. 스스로에게 기분 좋은 소리, 음악을 만들 뿐이다."
피상적으로 들으면 무척 건방진 말 같다(하긴 그는 그런 말을 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거장이다). 음악의 효능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데, 그는 왜 이렇게 말했을까. 그러나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음악가에게 음악이 도대체 무엇인가. 보통의 음악가에게는 음악을 하는 것이 삶을 영위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는 그 정도에서 생각이 멈춘 것 같지 않다. 자신이 하는 음악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 그에게 음악은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었던 거다. 자신에게 좋은 음악이 세상 사람들에게도 좋은 음악이라는 그의 말은 바로 그 의미이리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좋아서 그 자체를 삶의 목적으로 삼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 오랜 기간 검사를 하면서도 생업이라는 생각은 몇 번 한 적이 있지만, 검사 일 자체가 좋아서 한 건 아니었다. 밀려오는 일 때문에 지쳐서 언제 검사를 그만두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여러 번, 당연히 직업 자체에서 큰 만족을 얻지 못했다. 그의 고백을 듣고 부끄러웠던 이유이다.
어떤 음악가로 남고 싶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불손하게도 대학생 때까진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첫 앨범을 내면서부터는 음악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남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 그런 음악가가 있었구나 하는 정도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 대답을 듣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첫 앨범을 냈을 때 음악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에게 음악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그의 삶 전부였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만드는 곡이 어떻겠는가. 이 고백을 듣고 그의 곡을 다시 들으니 그전과는 다르게 들렸다.
암으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그는, 생과 사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처음 암을 발견한 2014년 62세에 죽었다고 해도 49세에 세상을 떠난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에 비하면 충분히 오래 산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경애하는 바흐나 드뷔시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의 하루하루는 밀도가 높다. 하루를 천년같이 살 수도 있고, 천년을 하루처럼 낭비할 수도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의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사람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는 단지 한 날이 아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그가 언제까지 살지 알 수 없지만 살아 생전에 그가 추구하던 음악적 세계를 완성할 수 있기를, 부디 건강하기를!! 오늘은 그가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그의 대표적인 곡 <Blu>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