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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12. 2023

잠이 오지 않으면 안 자면 된다?

어젯밤, 잠이 오지를 않아서 음악을 들었다. 이상하게 평소와 달리 잠이 더 오지 않았다. 낮에 너무 많이 걸었나? 아니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으면 안 자면 된다’, 가끔 내가 마음에 새기는 문구였다. 억지로 뭘 하지 말자. 배가 고플 때 밥을 먹어야 탈이 안 나듯, 잠이 와야 자는 거다.


잠이 안 오면 책을 읽든지, 이렇게 글을 쓰든지, 음악을 들으면 된다. 잠에 너무 목숨 걸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잠에 무심해지면 잠이 더 잘 온다. 어떤 방법을 써도 잠이 안 오면 차라리 며칠 밤을 새워 보면, 잠이 안 올 수가 없다.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다음날 시험을 앞두고 밤을 새워 공부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잠은 쏟아지고, 잠깐 누웠다가 일어나야지 했는데 아침이 되어버려 시험을 망친 경험. 이렇게 뭔가를 의식하면 그 뭔가가 더 잘 안된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입맛이 없으면 며칠 굶어보는 것도 비슷한 방법. 한두 끼만 굶은 후에는 간장에 밥만 있어도 꿀맛이다. 옆에 있는 사람이 지겹거나 보기 싫으면 혼자서 몇 달을 살아보라. 그 사람에게 꼭 붙어 있고 싶을 테니까.


부재는 존재를 각인시킨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지듯, 없음은 있음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잠이 안 오면 안 자기도 하고, 밥맛이 없으면 끼니를 건너뛰기도 했다. 물론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잡생각이 지나치게 나도, 한 끼를 건너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굶으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인다. 물론 먹는 거랑 다 연결시켜 생각하게 되는 게 흠이지만. 생존이 절실해지면 잡생각이 날 틈이 없어지는 거다.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고? 맞는 말이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나라는 사람은 도저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까, 그렇게라도 해보는 거다.

잠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다시 잠 이야기이다. 위에서 말한 방법은 지극히 원시적이고 건강에도 좋지 않아 솔직히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런 방법은 쓰지 않고 대신 요즘은 자기 전 침대에 누워 호흡을 가다듬는다. 명상이나 기도를 하면서 호흡을 정돈하면 좋지만, 뭘 하다 보면 자야 할 시간이 되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조바심에 따로 그런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나는 자기 직전에 한다.


침대에 누워서 호흡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멈추고 다시 내뱉는 방식으로 몇 번 반복하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어느 순간 잠이 오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정희원 선생이 추천하는 방식은 좀 더 구체적이다.


일명 <4-7-8 호흡법>인데, 4초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7초 동안 숨을 참았다가 8초 동안 내쉬는 이완 운동으로, 호흡 조절의 요가 수련인 프라나야마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하버드대학교 의대 교수였던 앤드류 와일(Andrew Weil)에 의해 유명해졌다. 교감신경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수면의 질까지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은 ‘호흡’이 문제였다. 화가 나거나 흥분하면 호흡이 빨라진다. 그렇지 않고 편안하면 호흡도 일정하고 평소보다 느려진다. 일정하게, 약간 느리게 사는 것, 그건 우리가 삶을 평온히 살아가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화날 때 100까지 세라는 조언도 있는데 그것도 결국 호흡의 문제, 호흡을 가다듬으면 어느 순간 화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불면증으로 힘든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 해 보시길!! 꿀잠을 잘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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