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Mar 26. 2023

밤이 깊었는데 잠은 오지 않고

어젯밤에는 도통 잠이 오지 않아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일어나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지루한 마음에 잠시 브런치에 접속해 보니 이 시간에도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계는 이미 밤 1시 4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주말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나처럼 잠이 잘 오지 않아서 깨어 있는 사람들인가?


왜 잠이 오지 않는지 깨어 있는 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지 화면처럼 되돌려봤다. 커피를 평소보다 많이 마신 것과 자기 직전에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본 것이 문제인 것 같았다. 특히 넷플릭스가 원인이다. (물론 내가 문제지 넷플릭스가 문제는 아니지만)


시각적으로 자극을 받았으니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자기 전엔 스마트폰이나 TV 등 일체의 전자기기는 끄고 다소 지루한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후회가 밀려왔다. 이미 늦은 일이다.




평일에는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름 나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하는데, 주말에는 그게 잘 안된다. 왠지 좀 흐트러져도 될 것만 같다. 사실 그렇기도 하고. ‘어떻게 사람이 꽉 짜인 틀 속에서만 살 수 있겠나. 그동안 그렇게 살았으니 지칠 만도 한 거 아닌가.’ 어느덧 나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었다. 글쎄, 그냥 편히 생각하는 거지, 무슨 합리화까지? 그래, 잠이 안 오면 안 자면 되는 거다 이렇게 편히 생각하자... 여전히 횡설수설이다.


자야 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잠은 오지 않고. 자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잠이 오지 않는 악순환. 톨스토이도 <안나 카레니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루해하지 않으려면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불면을 두려워한다면 잠을 이루지 못할까 봐 두려워해서는 안되듯이..." 생각이 나를 지배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 해야 하지만 때에 따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사정에 따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반응이다. 그게 인생이기도 하고. 나는 이게 잘 안된다. 그러곤 끊임없는 자책감에 빠져든다. 편안하게 생각하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데도.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눈꺼풀이 좀 무거워지는 것 같다. 2시가 넘었으니 아무래도 자야 할 것 같다. 일단 누웠다. 한참 사법시험 준비를 할 때 공부에 지쳐 ‘이대로 잠들 수 있었으면, 깨어나지 않는 영원한 꿈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으면. 아니 꿈도 꾸지 않고 나라는 존재와 현실을 망각할 수 있었으면...‘ 어젯밤도 같은 심정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곧 봄이 올 텐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