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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28. 2023

무너지는 건 한순간

며칠 전에는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만큼 마음도 온통 회색빛이었다. 살다 보면 이런 날이 있다. 내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거나 삶이 부담스러운 그래서 자책만 더 늘어나는, 나 자신과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날. ‘긍정’이란 단어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찬 날.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음악은 귀에서 튕겨 나가고. 그렇다고 TV를 켜도 딱히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프로도 없고. 넷플릭스에 접속해 보지만 온통 복수에 잔인한 장면들로 가득한 영상들. 오히려 더 심란해졌다. 자려고 누웠는데 방금 본 영상들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을 본 것도 아닌데, 검색을 제대로 하지, 그러길래 평소 안 보던 넷플릭스는 왜 켜가지고… 자책, 또 자책, 또 자책.


어떤 날은 밤이 길게 느껴지고, 또 어떤 날은 밤이 무척 짧게 느껴진다. 시간이 늘어나고 줄어들 수는 없는 노릇. 내가 어떤 심정이냐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어제는 밤이 길었다. 피곤한데도.


피로는 서서히 찾아온다. 하루 이틀 안 잔다고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반복되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다. 정신도 마찬가지. 부정적인 생각들이 반복되면 몸과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 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다.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 세우는 것은 한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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