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Aug 09. 2023

반복은 집요해서 아름다워요

"사랑이 뭘까요. 시가 뭘까요. 죽음은 뭘까요. 이런 질문들은 ‘여름이 왜 오는지’ 묻거나 ‘겨울 전나무가 왜 아름다운지' 묻는 것과 비슷합니다. 여기에는 답이 없고 반복만 있어요. 그러나 이 반복은 집요해서 아름다워요."


고명재 시인의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게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지?' 우리는 유용함을 찾거나 의미를 구하기 위해 질문하지만 대부분의 시간과 경험은 우리에게 당장 그 의미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하물며 사랑이 뭔지, 죽음이 뭔지, 고통은 왜 있어야 하는지, 산다는 건 또 무엇인지를 물어도 쉽게 답은 찾아지지 않는다. 모두 형이상학적인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혈과 육을 지닌 인간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많은 철학자들이 이 문제를 고민했지만 (내가 알기에) 만인이 만족할 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렇다고 질문을 포기해야 할까? 철학자도 아닌데 이런 질문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책상에 앉아 아무리 질문을 해도 허공을 감도는 메아리로 사라질 뿐, 오히려 이 답은 책상에서 사변적(思辨的)인 사고가 아닌, 평생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았던 사람들에게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삶 자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었던 거다. 내가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유심히 살피는 것도 그런 이유라면 이유다.


매 순간을 온전히 살아야 하는 건 그 순간엔 그 의미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간의 충실했던 삶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답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살았던 삶으로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것, 바로 그것이 나의 삶의 의미이기를 나는 소망한다.


답이 쉽게 찾아지지 않아도 섣불리 포기하지 않고 삶에 대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자신의 삶으로 완성해 가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집요하게 애쓰기 때문이다. 인간은 노력할 때 아름다운 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다만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