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Sep 22. 2023

혼자 살아서 혼자 살아야 해서 2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아직 가을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에는 제법 더웠는데, 비가 그치면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 같다. 비 오는 게 귀찮을 때가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 계절을 분명히 구분 지어주고 수명이 다한 계절을 또 보내는 역할도 하니까.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잠시 코엑스를 산책하면서 보니 예전보다 나이 든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별마당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도 있고, 그냥 정처 없이 걷는 사람도 보인다. 그나마 이 사람들은 나은 편이다. 아직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 식당에 가도 그렇고. 카페에 가도 그렇고. 어딜 가도 혼자 다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식이 있어도 같이 살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니 배우자와 사별하면 혼자 살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나이가 들면 외로워진다. 평생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야 하고, 아는 사람 중에 병이나 사고로 세상을 일찍 뜨는 사람도 있고, 성장한 자식들도 곁을 떠난다. 헤어짐은 노년에 맞아야 할 숙명과도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가족이, 친구가, 지인이 하나둘씩 떠나다 보면 마치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은퇴해서 하는 일이 없다면 시간은 남아돌고 그렇다고 건강한 것도 아니라면 어디를 마음대로 돌아다니기도 쉽지 않다.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때가 닥쳐 고민하면 해결책이 나올 리 없다. 세라 본 브래넉(Sarah Ban Breathnach)은 <혼자 사는 즐거움>에서 이렇게 말했다.


"혼자 산다는 것은 싱글이나 독신으로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고유한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따로 또 같이? 중요한 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다. 더불어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행복한 거지 다른 누구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삶은 아무리 즐겁고 아름다운 것이 넘쳐 나도 힘들다. 한편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과도 잘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자칫 아무 계획 없이 맞는 노년은, 하루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멍하니 TV 채널만 돌리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수명이 길어졌다고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건강 수명은 그다지 길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노인들이 아프면서 남은 생을 보낸다는 말이다.


오래 살아도 건강하지 못하고 아프면 주변 사람들도 힘들고, 자신도 힘들다. 얼마 전 아파트 지하 슈퍼에서 본 노인(링크)은 혼자서 그 긴긴밤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집에만 있지 말고 주변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자 나도 오지랖이 참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디 가는 계절 ㅡ 모호하고 불분명한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