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가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ㅡ 별 헤는 밤>
예전에는 이 시가 그냥 좋았다. 읽으면 뭔가 순결하고 순수해지는 느낌이랄까. 그 시절, 나에게 시인 윤동주는 일제에 저항한 독립투사의 이미지보다는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과도 같은 존재로 남았다.
그때보다 나이가 든 지금, 이 시를 다시 읽으니 사뭇 다른 느낌이다. 세파에 찌들어 더 이상 꿈을 꾸거나 밤하늘의 별을 찾지 않는 그래서 예전의 순수함을 상실한 나의 모습과 대비가 된 탓이다. 아마 나의 청춘이 다했기 때문일지도, 가슴에 간직했던 나의 별들을 다시 헤아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누군가의 아픔 앞에 힘들어서, 그리움에 할 말을 잃어버려서, 어젯밤 늦은 시간 이 시를 읽고 또 읽었다. 갑자기 다가온 서늘한 바람결에 쓸쓸히 지나가는 이 가을이 못내 아쉬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