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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20. 2024

신기루를 쫓는 느낌이었다

"그 시절에 나야말로 사랑의 번민으로 마음을 삭이고 있었다.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의 감정에 갈급했고, 그 미지의 감정을 얻지 못하면 삶은 너무도 공허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물론 적잖이 방황을 하던 중에 간혹 강한 열병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것을 첫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딘지 함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한마디로, 실체를 감추고서 매번 모습을 바꾸며 새로운 외양으로 나타나는 어떤 신기루 같은 존재를 좇는 듯한 기분이었다."




최수철 작가의 소설 <사랑의 다섯 가지 알레고리, 변신>에 나오는 글이다. 그 시절 누구나 경험했던 사랑, 특히 첫사랑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고백이다. 과거에 나도 그랬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르겠고. 돌이켜보면, 내가 사랑을 했었나? 그것도 진정한 사랑을, 하는 회의가 든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신기루 같다. 한 발짝 떨어진 지금에 와서 그때를 바라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고 지난 시절 그리고 지금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했다.


하루하루가 신기루와 같았다. 닿으려고 했으나 결코 가닿을 수 없는. 간격은 점점 더 멀어지고. 문득 거울에 비친 나를 보니 어느덧 나이가 든 한 남자의 모습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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