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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09. 2024

나의 절망은 비루하였고

음악도 흐름이 있다. 오래전에 나온 음악을 잘 듣지 않는 이유는 그 흐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곡이나 어렸을 때 듣던 곡을 다시 듣는 것만큼 때늦은 것도 없다. 감각 역시 새로운 분위기에 따라 매번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것은 익숙할지 몰라도 뭔가 뒤처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제는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 있었다. 흘러간 음악을 다시 듣는 것처럼, 이미 해체된 밴드가 다시 활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쓸데없는 집착이었다. 미련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불편한 마음에 이 음악을 들었다. '포 넌 블런즈(4 Non Blondes)'의 <What's Up?>이라는 곡이다. 요즘 듣기 어려운 하드한 사운드의 얼터너티브 록 계열의 곡이다.


리드 보컬 '린다 페리'의 목소리는 지금 들어도 압권이다. 답답한 일이 있을 때 이 곡을 종종 듣곤 했는데 듣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해진다. 흘러간 곡은 일부러 찾아서 듣지 않지만 몇몇 곡은 예외. 이 곡도 그중에 한 곡이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답답하지만, 이미 흘러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붙잡으려고 하면 더 빠져나가는 것이 마치 손에 모래알을 움켜쥔 것과 같다. 아무리 꽉 쥐어도 빠져나가기 마련, 건드리지 말던지 이미 건드렸으면 흐름에 맡기는 게 낫다.


나는 그 흐름에서 늘 한 박자 늦었다. 상처는 깊어지고. 하지만 이 상황에서 '왜~~'라고 묻는 것은, 빠져나가는 모래를 다시 쥐려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짓이다. 모두 때늦은 후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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