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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28. 2021

슬픈 모기는 나인데

다자이 오사무 / 잎

유독 그날 밤의 슬픈 모기 이야기를 신기하게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분명 가을이었습니다.

"가을까지 살아남은 모기를 슬픈 모기라 한단다. 모깃불은 피우지 않는 법. 가여우니까."

아아! 그 한마디 한마디를 고스란히 저는 기억합니다. 할머니는 잠들면서 이렇듯 울적하게 말씀하셨는데.

"웬걸. 슬픈 모기는 나인데. 허망해....."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셨는데 그토록 아름다운 눈이 또 없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_ 잎>




오사무의 글은 묘한 매력이 있다. 허무하지만, 삶의 실체를 정확히 꿰뚫어 보는 시선, 그의 글을 읽으면 오히려 그 정직함으로 허무함이 극복될 것 같다. 영원히 살 것 같지만, 세월 앞에 무뎌지는 건 한순간이다. 그런 사람들이 유독 허망함을 더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기대 없이 (비록 헛된 기대라 할지라도) 험난한 삶을 살아내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기 최면, 암시.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간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고.





https://youtu.be/rqMwvCmgE44

Watts와 Khalid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곡이다. 반복해서 들으니 그들은 묘하게 닮았다. 음성마저도. 그러니 아름답다고 할 수밖에는. Watts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Just trying to write some cool songs that might get stuck in your head."

나도 그처럼 머릿속에 있는 멋진 생각들을 글로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다자이 오사무처럼 정직하게 나와 내가 살아가는, 살아가야 할 삶의 실체를 직시할 수 있는 시선을 갖기라도 했으면…

나를 과장하지 않고,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시선, 나에게는 여전히 요원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겉을 감싸고 있는 위선과 허물을 벗어던지고 홀로 서는 시간. 그래야 비로소 겨울을 준비할 수 있으리라. 이 곡을 들으며 가을의 깊은 정취에 빠질 수 있기를. 우리 모두!!




가을(秋)이란 글자 아래 마음(心)을 붙여 근심[수·愁]이라 읽은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용케 잘 생각해냈지 싶다. 정말로 근심 어린 사람은 계절 변화에 민감하다. 그중에서도 가을 기운이 불어오는 것을 남보다 더 절실히 느낀다.

<오다 사쿠노스케 _ 가을 달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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