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 잎
유독 그날 밤의 슬픈 모기 이야기를 신기하게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분명 가을이었습니다.
"가을까지 살아남은 모기를 슬픈 모기라 한단다. 모깃불은 피우지 않는 법. 가여우니까."
아아! 그 한마디 한마디를 고스란히 저는 기억합니다. 할머니는 잠들면서 이렇듯 울적하게 말씀하셨는데.
"웬걸. 슬픈 모기는 나인데. 허망해....."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셨는데 그토록 아름다운 눈이 또 없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_ 잎>
오사무의 글은 묘한 매력이 있다. 허무하지만, 삶의 실체를 정확히 꿰뚫어 보는 시선, 그의 글을 읽으면 오히려 그 정직함으로 허무함이 극복될 것 같다. 영원히 살 것 같지만, 세월 앞에 무뎌지는 건 한순간이다. 그런 사람들이 유독 허망함을 더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기대 없이 (비록 헛된 기대라 할지라도) 험난한 삶을 살아내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기 최면, 암시.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간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고.
Watts와 Khalid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곡이다. 반복해서 들으니 그들은 묘하게 닮았다. 음성마저도. 그러니 아름답다고 할 수밖에는. Watts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Just trying to write some cool songs that might get stuck in your head."
나도 그처럼 머릿속에 있는 멋진 생각들을 글로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다자이 오사무처럼 정직하게 나와 내가 살아가는, 살아가야 할 삶의 실체를 직시할 수 있는 시선을 갖기라도 했으면…
나를 과장하지 않고,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시선, 나에게는 여전히 요원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겉을 감싸고 있는 위선과 허물을 벗어던지고 홀로 서는 시간. 그래야 비로소 겨울을 준비할 수 있으리라. 이 곡을 들으며 가을의 깊은 정취에 빠질 수 있기를. 우리 모두!!
가을(秋)이란 글자 아래 마음(心)을 붙여 근심[수·愁]이라 읽은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용케 잘 생각해냈지 싶다. 정말로 근심 어린 사람은 계절 변화에 민감하다. 그중에서도 가을 기운이 불어오는 것을 남보다 더 절실히 느낀다.
<오다 사쿠노스케 _ 가을 달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