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힘든 일상을 버티는 힘

by 서영수

누구에게나 일상의 루틴이 하나쯤은 있다.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해서, 때로는 무의식 중에 하는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진 것이다. 나에게는 커피가 그러한 루틴이었다. 공부할 때(그 시절에는 자판기 커피였다)부터, 오랜 기간 아침을 시작하면서 꼭 한 잔 정도는 마셨다.


건강 문제 때문에 커피를 끊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마시지 않으면 뭔가 새로운 하루가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카페인이 염려될 때는 디카페인으로라도 대신했다. 그렇게 마시고 나서 후회하고, 또 그 행동은 다음날 여전히 반복되었다.


퇴근 후 자기 전에 켜는 TV도 비슷한 루틴이었다. 관사에서 혼자 생활할 때부터 생긴 습관으로, 아무도 없는 텅 빈 관사에서 적적한 마음에 습관적으로 리모컨을 손에 쥐고, 별 의미 없이 이 채널 저 채널 돌리곤 했다. 그러다 잘 시간이 되면 마지못해 TV를 끄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최근에는 이 루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도 과감히 끊었다. 대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그나마 좋은 루틴이 습관이 된 것은 걷기 정도다. 건강 문제로 인해 의사의 조언에 따라 시작한 걷기였다. 매일 걷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관사나 집 주변 공원이나 둘레길을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낮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몸이 힘들 때나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걷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몸에 좋은 약이 쓰듯, 좋은 루틴을 꾸준히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또 하나 더 있다면 글쓰기가 있다. 검사를 그만두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언 5년째. 작년부터는 매일 쓰기를 실천하고 있고, 지금도 가급적 이를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세상을 살면서 느낀 단상이나 책을 읽고 느낀 감상 등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버려야 할 루틴이 습관으로 굳어버리면 여간해선 끊기가 어렵다. 좋은 루틴이 습관이 되면 좋겠지만, 보통은 나쁜 루틴이 습관이 되기 쉽다. 나쁜 루틴을 끊는 것도, 좋은 루틴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도 모두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삶에 끊임없이 충돌하고 부서지면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루틴은 필요하다. 좋은 루틴은 힘든 일상을 버티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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