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리움보다 더 괴로운 것은 잊히는 것

by 서영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단편 <숲의 정령>에는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운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너도 애타게 그리워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네 애달픔은 내 마음에 비하면, 태풍같이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나의 비통함에 비하면, 잠자는 사람의 고른 숨결에 불과할걸."


너무나 그리워한 나머지 애틋함을 넘어 비통함까지 느꼈다니, 그 비통함은 아마도 나라는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제대로 그리워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잃었는지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은 하나둘씩 희미해진다. 그 사람의 또렷했던 목소리가 더 이상 생각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 얼굴마저도 희미해지고 이름마저도 가물가물해진다.


기억에서 사라졌다면, 그리워할 대상도 더 이상 없다는 것, 세월이 주는 안타까움은 바로 그것이다. 점점 누군가를 잊어가는 것, 나 또한 누군가에게 잊힌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별이 주는 고통보다 더 큰 아픔은 시간이 지나 관심이 없어지다가 결국 잊히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무것도 볼 수 없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