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때 되면
다소곳이 갈대가 되려 하오
바람 불면 눕고
비 오면 고개 숙여 아리아리
먼 하늘에 별 뜨면 아스라이 옛 추억
바람에 날리는 여자 마음 되어 보고
가을에 고추잠자리 앉아 쉬어가면
행복하지 않겠소
“우리 함께 갈대로 있다가
한날 스러지는 것도 괜찮지 않소
큰 눈 오면
눈속에 파묻혀 잊히는 건 어떻소”
첫눈 오는 날 비원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서울 시내에는 눈이 제법 왔고
관악산(서울대 캠퍼스)에는 진눈깨비만 왔지요
몇 시간 종종 기다렸다는데
핸드폰 없는 시대에
눈비로 엇갈린 약속
영원이 되어버린 젊은날의 갈대숲
(갈대숲) 픽사베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