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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Dec 28. 2023

고양이와 나비와 나

눈 쌓인 관악산에 갔다     


어둑해지는 저녁 무렵

관악산 등산로에 무언가 있었다     


조용한 녀석     


눈 쌓인 곳을 피해 사람들 앉는 곳에 조용히 웅크린 녀석 

고양이는 나를 보고는 외면했다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여기 앉아’ 하며 내게     

나는 ‘놀라지 마라’ ‘예쁘다’ 하며 다가갔다

천천히 눈을 마주친 채로 조용하게

그는 나를 똑바로 보며 작게 ‘야옹 야옹’할 뿐  

몸은 한 덩어리로 모아둔 채     


(여름에는)     


우리들 앞으로 하얀 나비 한 마리 날아들었다

그는 계속 위 아래 날아오르려 기 쓰며 간신히 나뭇가지에 앉았다

나비가 날개 달고는 나흘만 산다는데

오늘이 그의 나흘째가 아니길 나는 빌었다

나는 나비처럼 날았다?     


(겨울에는)     


거기에 하나 더 있었다

지는 해와 뜨는 달

승천(昇天)을 기다리며 조용히 숨 쉬는 자

바로 나였다     


(그리고)     


내년에는 날아다니리라

푸른 龍되어 하늘을 날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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