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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Jun 15. 2020

행복하고도 불행한 어느 오후의 단상

 참, ‘보통날’이다. 너무나 소름이 끼치도록 평범한 하루, 평범한 루틴의 일상, 평범한 식사와 평범한 저녁, 평범한 타자 소리.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안락에 대한 환희가 들어찬다. 참 안락하다. 이러한 평범함을 얼마나 바라 왔던가. 이제는 어른이라고 떠밀린 나이부터는 평범하게 안락하기만도 참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가정의 온화하고 따듯한 하루를 위해 나의 부모님은 얼마나 노력해오셨던 걸까. 당연한 삶이 그토록 당연하지 않은 노력에 의해 일구어졌다는 사실은 매우 괴롭다. 나는 또 안락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할까. 보통날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참 행복하고도 불행하다. 안락해서 더 그렇다. 안락하지 않던 때는 어떻게든 안락으로 다가가고자, 눈 앞의 불을 끄고자 하는 바람에 내가 행복한지 불행한지도 몰랐었다. 참으로 평범한 보통날이 되자 뒤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안락한 삶에 다가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무던한 노력을 했던가. 무던해지기 위해 얼마나 옷깃을 적셨던가. 행복한지 불행한지를 되짚어보고 내 감정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감사한 보통의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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