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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14. 2021

[비밀 아닌 비밀]일타강사의 영업비밀

글 잘 쓰는 법 1편 (정반합)

 프로가 아니지만, 실력이 있는 사람을 흔히 두고 “일반인 치고는 잘한다.”라는 말을 한다. 나도 공대생 치고는 쬐끔 나은 수준이어서, 매우 낯간지럽고 쪽팔린 일이지만 글 잘 쓰는 법을 3편에 걸쳐서 쓰고자 한다. 그래도 다른 글에 비해서 부담이 없는 이유는 내가 쓴 환경 시리즈 3편을 하나씩 곱씹어 뒷얘기를 쓰는 글이라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들겨본다.


 우선, 글쓰기 기본기 중에 하나는 “정반합”이라는 논리적 구조이다. 헤겔이 역사의 발전을 정반합 논리로 논증했다는 사실을 차지해두고, “환경, 협주하실래요?”라는 글 구조부터 살펴보자. 환경과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서로 성격이 다른 단어나 주제를 가지고 공통점을 찾는 발상의 전환이 글쓰기 착상이다. 하지만 착상이라는 게 들으면 알 것 같지만 처음으로 그 생각을 끄집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선천적인 능력과 부단한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라서,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첫째, 정곡을 먼저 찔러본다. “환경, 협주하실래요?”라는 질문은 예, 아니오를 물어보는 질문이 아니다. 얼핏 그렇게 보이지만, 갑자기 환경과 협주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이런 1차적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때, 훅하고 정곡을 찔러본다. 협주의 기본은 상대방에게 있는 게 아니라, 협주의 기본이 자신의 탄탄한 피아노 실력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협업의 중요성을 얘기하거나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 얘기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그래야 맘이 편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부부로 사는 법”이라는 강의를 한다고 하면, 배우자가 나에게 좀 더 잘해주거나 나를 더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게 심리적으로 당연하다. 이때 훅하고 정곡을 찌른다. 협주를 잘하기 위해서는 “네가 탄탄한 실력을 갖출 때에만 가능하다.”라고 자아성찰적인 말을 꺼내는 것이다. 협주를 얘기해놓고, “니부터 잘해라”라고 얘기하니 허허실실 작전에 끌어들여 정곡을 찔리고 만다.


 둘째, 정을 얘기했다면 반을 얘기해야 한다. 환경의 기본적 자질(사실 모든 업무가 그러하다.)에 대해서 얘기하고, 이제는 탄탄한 피아노 실력이 아니라 협업을 강조한다. 부분에서 전체, 전체에서 부분으로 범위를 확장/축소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3편에 쓴 pH다. 산성과 알칼리의 정반의 관계를 이용해서 글을 썼다. 이렇게 이쪽 진영 이야기를 하다가, 전혀 다른 반대편 진영 이야기를 풀어쓰는 게 “반”이다. 그리고 정과 반은 아군과 적군과 같이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왼쪽과 오른쪽처럼 서로 진영만 다르다는 걸 강조해야 한다. 협주곡은 피아노 연주자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이기고 지는 싸움의 관계가 아니라, 정과 반이 하모니를 이루어 한 차원 더 높은 음악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데 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정곡을 찌른 다음에, 정의 반대되는 논리나 주제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정석적인 방법 중에 하나이다.


 셋째, 정과 반이 만났으면 이제 합에 대해서 얘기할 차례이다. 탄탄한 피아노 실력과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으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건 결국 피아노 협주곡 전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아노 연주자는 피아노 협주곡을 자신만의 예술적인 감각과 철학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또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도 피아노 협주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교감하면서 새로운 곡해석을 시도할 수 있다. 이렇게 정(피아노 연주자)과 반(오케스트라)이 서로 융합 또는 결합하면서 합(피아노 협주곡 하모니를 위한 곡해석)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런 정반합의 논리적 구조는 매우 성공적인 글쓰기 방법이지만, 너무 자주 사용하다 보면 식상해질 수 있다. 정반합의 논리적 구조는 삼단논법처럼 쉬워 보이지만, 하나마나한 당연한 이야기를 말장난으로 때울 수도 있는 단점도 있다.


 이때 식상하지 않으려면, 맨 처음에 언급한 대로 서로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환경,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서로의 공통점을 끌어내는 것이다. 정반합 글쓰기 초식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은유라는 형식을 빌려서 쓰면 식상하지 않고 상대방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늘 간단하게 글쓰기 초식인 정반합을 공개했는데 막상 쓰고 나는 별 것도 아닌 얘기를 특별한 것처럼 쓴 거 같아서 많이 부끄럽다.


 나도 이 방법을 자주 쓰는 건 아니지만, 명확한 주제에 대해서는 글쓰기 연습하기에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사실 정반합의 논리적 전개보다 정반합이 식상하지 않도록 서로 성격이 다른 단어와 주제의 공통점을 이끌어내는 은유(비유)를 생각해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번 주제는 바로 아우디로 수많은 은유를 끌어낸 2편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P.S 제목을 잘 짓는 법도 매우 중요한 테크닉 중에 하나입니다. “환경, 협주하실래요?” 대신에 “환경과 피아노 협주곡”이라고 하면 어땠을까? 좀 더 흥미가 떨어진다. 이렇게 독자에게 뻔하지 않은 질문을 던져서 독자의 관심을 끄는 테크닉도 매우 유효할 수 있다. 그리고 “환경, 협주하실래요?”는 환경이 주어가 될 수도 있고, 목적어가 될 수 있는 구조여서 읽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제목을 잘 짓는 것도 매우 좋은 글쓰기 테크닉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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