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그러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17화
이러다가 정말 괴물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나는 눈물을 흘리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by
소심한 광대
Sep 8. 2022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린 것은
10년 전 이맘쯤이었다. 첫 대학에서 조기취업을 했을 때였는데, 돌이켜보면 하나의 추억이 된 사건 때문에 목 놓아 울었다. 그 상황이 싫고 억울했었다. 술에 취한 동료들이 감당되지 않았고, 처음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경찰은 소방서에 전화하라고 했다.
무슨 말이냐고 반문을 했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고 강경하게 주장하여 소방서에 전화했다가 소방관에게 꾸중을 듣고 다시 경찰서에 전화해서 항의를 했다.
결론적으로는 경찰관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납득이 전혀 되지 않는 정황과 체내에 맴돌고 있는 알코올 때문에 목놓아 울었다. 경찰관들은 나에게 그만 울고 먼저 귀가하라고 했고, 다음날 취한 동료 선배는 집 앞 복도에서 눈을 떴다고 한다.
10년 전,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렸던 추억이다.
언제부터였던가 - 눈물을 참으려고 했던 것은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던 것은 어릴 적부터였다. 당연히 나도 힘든 시기와 상황이 계속해서 있었지만 노력하다 보니 잘 참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물론 억울하고 분하면 눈물이 흘렀는데, 그렇게 참지 않는 이상 나의 눈물을 참기 위한 방법은 욕설과 분노였다.
이제는 힘든 일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욕설과 분노가 먼저 나오기 때문에,
특정한 정황
이 아니라면
눈물은 나올 생각도 안하는 것 같다.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욕설과 분노가 내면에서 폭발하지는 않는다. 영화관이 눈물바다가 되는 그런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함께 영화를 보는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한편으로는 나는 왜 이 영화가 그렇게 슬프다고 느끼지 못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었는데, 당시에 그 고민의 끝은 눈물을 잘 참았다는 자부심 비슷한 감정이었다.
그 이후에도 나는 한동안 거의 10년 동안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겼다가도, 누구나 눈물을 흘릴 것 같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때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에는 분명히 눈물을 흘리겠지만, 눈물을 잘 참는 아이가 된 것은 더 이상 긍정적인 면모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시력 교정 수술 이후
특정한 정황을 만나면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정말 노력을 한다면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 인생 영화를 만났을 때와 드라마나 노래가 내 정황과 공감이 되었을 때, 그리고 졸업 직전 타과 수업 기말고사로 실험극 연기를 했을 때였다.
시간만 조금 더 있었다면, 끝내 실패하지 않았다면, 출근길 만원의 지하철이 아니었다면 양파나 파를 썰 때랑 다른 '진짜 눈물'을 흘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한 번쯤은
시원하게 울어보고 싶다. 물론 눈물이 날 만큼 슬픈 일을 겪고 싶은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정황을 만나서 울고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기뻐서 흐르는
눈물을 흘리고 싶다. 기쁠 때도 있지만, 기쁨에 대한 표현에도 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눈물을 흘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지난 만원의 지하철에서도 그냥 참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서 후회가 된다.
다음에 눈물을 만나게 되면, 정황과 눈치를 보지 않고 눈물을 흘려보리라.
keyword
눈물
삶
괴물
Brunch Book
그러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15
양심의 가격
16
나를 무시하는 이(치)들에게
17
이러다가 정말 괴물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18
게으름이 주는 벌칙
19
음악을 온전히 감상했던 적이
그러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1화)
15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소심한 광대
직업
예술가
잡지 에디터와 요리사를 했었으며, 문예창작을 전공을 했고, 아직 소설가가 되지 못한 자.
팔로워
22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16화
나를 무시하는 이(치)들에게
게으름이 주는 벌칙
다음 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