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억을 만나보자
원하지 않았던 삶
정말이지 원하지 않았던 삶을 살았던 순간들이 있다. 적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하나하나 다 읊어보기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 순단들도 있기에, 최근 2년 정도의 예시를 들어보려고 한다.
그때의 나는 당연히 4학년으로 진급을 할 줄 알았다. (3년제에 4학년은 따로 합격을 해야 하는 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결과는 당연하게 '불합격'이었다.
당연함만 상상하고 살았던 나는 순간 길을 잃었다. 아직 다시 사회로 돌아갈 준비를, 마음의 준비마저 하지 않은 상태였고 내 머릿속에는 '만약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서른이라는 나이에 재수를 할 엄두는 나지 않았고, 대학원 진학에는 조금도 뜻이 없었다. 당황할 시간도 없이 나는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했다.
당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또렷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는 취업이라는 생각도 해보지 않은 방향으로 걸어가야만 했다.
생각도 해보지 않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취업이 쉬울 리는 없었다. 쉽고 어려움의 난이도 문제가 아니라, 나는 취업시장이라는 물정을 하나도 몰랐고, 자기소개서 하나 제대로 쓸 줄 몰랐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자기소개서에 정답이라는 것은 따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당연히 취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던 회사에 이력서를 내도 면접 한 번 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가치관 차이의 문제로 기회를 외면했다.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나는 취업을 목표로 두지 않았었고, 그런 삶을 원하지는 않았다.
반복되는 일상
물론 좋은 경험이 되었고 아쉬웠던 회사는 있었다. 그 또한 어느 정도의 적성과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퇴사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당시에는 정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달고 살았다.
한숨을 쉴 때면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기도 했으며, 나에게 퇴사를 말리는 사람은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전과 이후에 다른 회사를 가도 마찬가지였다. 첫 회사에서는 아예 이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완강하게 지배하였고, 세 번째 회사에서는 금전적과 신뢰의 문제에서 빈정이 상했다.
그렇게 나는 원하지 않은 삶 속에서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원하지 않는 삶을 참으로 오래도 살았다. 금전적으로는 이전 직업을 프리랜서 식으로 틈틈이 했기 때문에 심각하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는 어쩐지 정체된 상태에서 그저 원하지 않는 삶을 반복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다행히도 지금은 어느 정도 원하는 삶을,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만족과 안정감을 가지고 지내고 있다.
아직은 내려놓을 수 없어서
첫 번째 회사와 세 번째 회사를 그만둘 때는 판단과 결정을 빨리했다. 물론 다른 회사들도 결국에는 퇴사를 결심했지만, 온전히 내 인생의 주체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혼자서 결정과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인내의 시간이었던 결정과 이행 전까지는 '버티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은 참으로 힘들고 고된 시간이었다.
온전히 내 인생의 주체가 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독립을 하지 않았고,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독립이라는 것도 결국 용기의 문제에 일부분인 것 같다. 아직 독립은 하지 못했지만 나는 이제 내 인생의 온전한 주체가 되려고 한다.
그렇게 되려고 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만족감과 안정감을 얻을 수 있으며, 앞으로 더 나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버팀목이 되어준 추억
'버티는 시간' 동안 술과 사람에 많이 의존했던 것 같다.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힘들고 지쳤기에 술의 힘을 많이도 빌렸었다.
그 외에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것이 '추억'이었다. 지금 당장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나에게도 행복한 순간이 있었고 앞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믿음은 지난 '추억'이 보증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누군가는 그런다.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좋은 추억이 없기 때문에 강해 보이기 위한 허세를 부리는 것 같았다. 또한 내가 아는 한에서 그런 말을 했던 이는 좋은 추억이 별로 없다.
지나치게 지난 추억에만 얽매인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억을 회상한다는 것이 자기 자신을 묶어두거나 회피의 수단만은 아니리라.
개인적으로 누군가가 추억에 얽매인다고 비난한다면 가뿐하게 무시하고, 불쌍하게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힘들고 지칠 때 그만한 위로가 없거니와 그럴 거면 추억을 만들러 여행은 왜 가고 맛있는 음식은 왜 먹는가.
그리고 지난날의 노력과 성취감은 그 순간과 결괏값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힘들고 지친다면 가끔은 지난 추억을 만나보자. 고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좋은 추억이 될 순간이 분명히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