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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광대 Jun 03. 2023

항상 광대라고 생각하며

됐고, 놀아보자



  그저 '놀면' 그만이다


  문예학도가 되고 나서 '마감'이라는 숙제를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방학이 끝나고 개강을 맞이하면 즐겁다가도 암울함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 또한 고대하던 개강을 맞이하고 나면 이내 마감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애초에 이 행위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니 즐기기로 마음을 먹곤 했다.


  그렇지만, 게으름에 이유를 덧붙였다. 그리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어차피 잘할 수 있는 천재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마감일이 다가오지만 노는 것을 애초에 너무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나는 소설 창작 시작 일정을 미루고 미루다가,  다른 친구들처럼 누군가 창작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시작했었다.


  창작을 시작할 때면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래 걱정하지는 않았다.


  지금부터, '놀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


  게으름이 주는 대가는 조바심이라는 이름으로 크게 다가왔다. 마감 3일 전,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작성하던 창작 작품이 더 이상 써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망했었다.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 때문에 조바심은 더 크게 부풀었다. 그렇다고 망한 작품을 어거지로 작성해서 완성만 시키는 것은 의미도 없거니와 도망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일이라는 기간은 새로운 작품을 작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고, 나조차 망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고민 끝에 해당 작품을 버리고, 새로운 작품을 쓰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그분'이 오셔서, 기간 내에 완성할 수 있었고 작품은 만족스러웠다.


  도망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과 행동 덕분에 '그분'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굳이 다르게 보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누군가 나에게 학점을 전혀 신경 쓰지 않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학점, 어떻게 보면 대학생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시의 유행하던 사유를 부정했다. 그저 동의하는 척을 한다면, 몇 개의 과목에서 학점을 보다 잘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학점에 신념을 팔 수는 없잖아."


  이렇게 말하는 내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후회한 적은 있다. 0.1점 때문에 성적 향상 장학금을 받지 못했고, 학점 때문에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신념을 팔아 학점을 선택한다면 글을 계속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도 있었고,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광대의 본질은 잘 노는 것이 아니던가


  잘 쓴 소설로 보이게 하는 방법, 잘 쓰는 사람으로 보이는 방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이기 위해 지금도 이 행위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다.


  내 행복을 위해 선택한 것이 소설 쓰기인데 잘 쓴 것처럼 보이기 위한 소설을 쓰는 것은 본질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등단이라는 목표가 있지만 그 목표 또한 잘 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재미있게 잘 쓴 소설을 쓴 사람이 되어야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도 나는 내 방식대로 소설을 쓰려고 한다.


  광대라고 생각했고, 잘 놀 수 있다고 믿었다.


  천재라고 생각했고, 아직 빛을 발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항상 광대라고 생각하며, 그저 잘 놀아보려고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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