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스치는 인연들

by 유안

인연은 참 묘하다. 주말에 성수역에서 강변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나는 핸드폰에 푹 빠져 있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스크롤만 내리며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과장님이 “어제 흰색 나시에 검정색 바지 입고 있지 않았어요?“고 묻는 게 아닌가.


순간 놀라서 “어, 맞는데… 어떻게 알았어요?“라고 되물었다. 알고 보니 과장님이 어머님과 함께 건대입구에서 지하철을 타고 역삼역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내가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을 때, 과장님도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과장님도 평소 핸드폰을 놓지 않는 분이라, 그때는 나와 마찬가지로 눈을 떼지 않고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강변역에서 내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반대편에 앉아 있던 과장님의 어머니께서 과장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너나 네 옆에 있는 여자나 핸드폰에서 눈을 안 떼는구나.” 그제야 과장님이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이미 지하철을 내려가고 있었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듣고 나니 그날 하루 종일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인연은 참 우연히도, 별안간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곤 한다. 과장님과 같은 공간, 같은 지하철에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오직 핸드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와 과장님의 어머니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웃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날의 우연이 더 재미있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인연이라는 게 이렇게 엇갈리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가까이에 있는 것도 모르고 지나칠 때가 있지만, 결국 이렇게 우연히라도 마주치는 게 참 신기하다. 그러니 오늘도 내 앞에 어떤 인연이 나타날지 기대하면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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