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책상
나에게는 나만의 책상이 없다. 우리 집 식구들 다 같이 밥 먹는 식탁이 곧 나의 책상이다. 모두들 식탁이라고 무심히 부르지만, 나 혼자만 남은 낮 동안 이 식탁은 오로지 나만의 전유물, 나의 '책상'이 된다!
그러니까 한 2년 전쯤 이 집에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이 식탁도 샀던 것 같다. 짙은 고동색 빛깔의 나무 재질로 된 6인용짜리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이다. 처음 살 때부터 식탁 겸 책상으로 활용할 속내가 있었기에, 세 식구뿐이었지만 일부러 큰 사이즈를 골랐다. 상판은 목재이지만 다리는 검은색 철제로 만들어져 있어 튼튼하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식탁 상판 아래에는 서랍이 달려있어 그 속에 수납이 가능한 조금은 독특한 디자인이다.
처음 살 때 인터넷 쇼핑몰을 다 뒤져서 혹시 이런 디자인의 식탁이 있을까나 열과 성을 다해 찾았더랬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내 생각과 꼭 같은 모습의 상품이 이미 판매되고 있었다. 하늘 아래 나 같은 평범한 사고의 소유자가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이미 다 존재한다는 것을 여지없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 집에 들이게 된 이 식탁은 상판의 양면에 각각 세 개씩 해서 서랍이 총 6개가 달려있다. 나는 그중 한쪽 면 세 개의 서랍 속을 내 노트북과 각종 노트나 문구, 충전기 전선 등으로 한가득 채워 둔다. 한낮에는 내가 식탁을 작업공간으로 쓰지만, 저녁이 되면 말끔히 치워져 밥상으로 변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낮동안 내가 나만의 '책상' 위에 벌여놓은 온갖 잡동사니들은 순식간에 이 서랍 속으로 쓸어 넣어지는 것이다. 감쪽같이 책상에서 식탁으로 변신(transformation)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 완료 상태다.
마치 낮동안은 나만의 창작의 세계를 펼치는 열혈 아티스트(?)였다가, 저녁이 되면 주부로 돌변하는 나 자신과 이 만능 식탁은 그야말로 영혼의 쌍둥이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순전히 내 염원이다. ㅎ
저녁 식사 동안 식탁 위에는 이것저것 음식 가지들이 올려지고, 떨어진 반찬 자국, 국물 얼룩들이 벤다. 이 시간이야말로 식탁이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순간이다. 식사 후 표면이 말끔히 행주로 훔쳐지고 나면, 이번에 식탁은 어린 아들의 차지가 된다.
아들에게는 자기 방에 멀쩡한 책상이 따로 있다. 하지만, 언제고 이 커다란 식탁 위에서만 숙제를 하고 그림을 그리려 한다. 식탁은 한번 더 아이의 창작 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6인용 정도의 넉넉한 사이즈가 아니면 자유롭게 마음껏 자신의 작업을 벌이지 못하는 것이다. 나도 그 심정이 무언지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책상의 사이즈만큼 왠지 모르게 내 작업의 스케일도 펼쳐지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바탕 아이의 스케치북과 노트로 어수선했던 식탁은 그렇게 밤이 깊어갈 때까지 어질러진 채이다. 이내 아이가 스르르 잠들고 나면 나는 아이의 쓰다만 물품들을 식탁의 다른 쪽 세 칸의 서랍에 가지런히 넣어둔다. 식탁 서랍에는 항상 절반은 내 작업 도구가, 다른 절반엔 아이의 물품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셈이다.
잠들기 전 남편과 식탁 앞에 잠깐이나마 앉아 위스키를 한잔 홀짝인다. 같이 사는 사람이지만 온전히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건 이 순간뿐이다. 식탁 위의 따뜻한 오렌지 빛 조명만을 밝히고 그렇게 식탁은 이번엔 우리 부부만의 조그만 '바(bar)가 되었다.
우리 집 식탁은 열 일은 하는 존재다. 내가 가장 애정 하는 책상인 듯 하지만, 가만히 따져보니 밥 먹는 식탁일 뿐 아니라, 물품 수납공간이자, 아이의 작업대였다가 우리 부부의 아늑함 감도는 바 테이블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제 겨우 2년밖에 안되었는데도, 마치 앤틱 가구 인양 사용감이 엄청나다.
나무의 그윽한 무늬가 세월과 함께 깊어질 새도 없이 정말이지 실속 있게 만능으로 활용되는 우리 집 식탁. 여기 바로 이 식탁 위에 우리 식구의 모든 일상이 그야말로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러니 어찌 애정 하지 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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