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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센티아 Jul 22. 2020

니가 진짜 원하는게 뭐야?

최상의 모습으로 산다는 건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최상의 모습으로 산다는 건


오늘 아침 운동을 하고 돌아와 평소 패턴대로 반신욕을 하고 거울을 봤다. 거실에는 집이 넓어 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아주 커다란 전신 거울을 하나 벽면에 두었다. 목욕 후, 바디 로션을 온몸에 바르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는데, 몸이 그야말로 너무 좋아 보이는 것이었다. 근육이 적당히 붙어 온몸에 군살 하나 없었고, 휴가를 다녀오며 그을린 구리빛 피부색 때문에 몸매가 더 탄탄해 보였다. 난생 처음 보는 새로운 내 몸뚱어리의 모습이었다.


‘헉 이거 실화냐?’


사실 이런 상태인지는 꽤 되었을 것인데, 그걸 자각하거나 실감할 계기가 딱히 없었을 뿐이다. 매일 거울을 보지만, 자세히 나를 진짜로 '들여다보는' 일은 잘 없었으니 말이다. 오늘 '들여다보니' 내 몸은 그야말로 태어난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고 좋아보였다. 그래, 참 잘 관리된 느낌이었다. 살면서 처음이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그야말로 이번 생 안에.


물론 나는 슈퍼모델 지지 하디드처럼 환상적인 비율을 자랑하는 짝 뻗은 롱다리 미녀도 뭣도 아니다. 그건 유전자부터 격이 다른 문제이니, 일생에 그런 몸뚱어리를 언감생심 소망해본 일도 없다. 그렇게 애당초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라, 타고난 내 유전자에서 비롯된 신체적 조건과 체질로 다다를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올해로 마흔. 이제야 나는 그 비슷한 언저리에 와있다고 느낀다.

아~지금 아는 이걸 20대에도 알았더라면

그 시절 나는 얼마나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몸을 가꾸고 젊음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었을 것인가!

눈물겹구나, 깨닫지도 못한 채 시간 속에 묻혀버린 내 인생의 날들이여!


인생이란 참 공평하다. 건강과 열정이 들끓는 젊은 시절에는 어리석고 근시안 적이며 세상을 다 자기중심적으로 보는 법이다. 그러다가 몸이 노쇠하고 기력이 줄고 나서야, 지혜가 깃들고 세상 이치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된다. 20대 한창 시절에 나는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꿈에도 깨닫지 못했다. 물론 그때도 TV에는 건강에 대한 프로그램이 많았고, 어른들은 끊임없이 젊었을 때부터 몸을 잘 돌보라고 잔소리를 했다. 하지만 머리로만 들어서 아는 것을, 결코 안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몸에 안 좋은 온갖 나쁜 것들은 거의 다 했던 나는 정말이지 몰랐던 게 맞다.

하이힐, 몸에 꽉 끼는 옷들, 무작정 굶는 다이어트, 술, 담배, 밤 낮이 바뀐 생활, 기타 등등등...


그렇게 내 몸을 학대했는데도, 별 탈 없이 여지껏 버텨주고 건강한 아이도 하나 낳았으니, 버텨내준 내 몸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고맙고 또 고맙다, 몸아!

어쩌면 그토록 챙겨주지도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해주었단 말이니.

이제부텀은 엄청나게 챙기고 아껴주갔어!


몸을 관리하고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진심으로 든 것은, 서른셋에 출산을 하고 나서였다. 그때까지가 내 몸이 나를 버텨주었던 마지 노선이었고, 아이가 몸에서 쑥 빠져나가며, 여태껏 나를 지탱해 주던 모조(?)도 아이와 함께 쏙 빠져나갔던 같다. 내 강한 모조를 이어받은 아이는 점점 우람하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갔고, 반면에 내 몸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 후들거렸다. 2년가량 생애 최악의 몸 상태로 워킹맘 삶을 연명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계에 부딪혀 뭔가가 뚝 끊기고, 똑 부러져버리듯, 나는 무너져 내렸다.


당시에 구체적으로 눈에 보였던 이유는 어찌 되었건, 근본에는 체력의 한계가 있었다. 건강이 안 좋고 몸이 상해가니까, 정신이 아우성을 쳤던 것이다. 살아보려고 본능적으로 발버둥 쳤던 것 같다. 살아보려고.


막다른 길에서 처절한 심정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나름 운동을 하긴 했었다. 회사 끝나고 주에 두세 번 가는 요가 클래스, 헬스클럽에 가서 잠깐 뛰는 러닝머신...하지만, 이제 와서 뭐가 뭔지를 알겠는 상태에서는 얘기할 수 있다. 이전에 했던 건 운동이 아니라, 최소한의 신체 움직임 정도였던 것이다. 그마저도 밥먹듯이 빼먹기 일쑤였던 것을 가지고 운동하고 있다며 위안을 삼던 딱한 모습이라니.


모름지기 운동을 한다면 어느 정도 몸에 근육이 붙을 정도로는 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우락부락하게 머슬마니아처럼 키운 그런 단백질 파우더 근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력과 내성이 붙어 어느 정도 무게를 감당하며 동작의 홀딩이 가능하고, 힘을 쓸 수 있는 그런 근육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몸 온갖 뼈에 붙어있는 근육이 그냥 장식으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계속 자극을 주고 써줘서 단련을 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예전에는 미쳐 몰랐다. 그래야 노화가 진행되는 속도가 더뎌지고, 몸이 아프지 않고, 기분도 상쾌해지며, 더불어 정신의 활동도 더욱 강화되는 것인것을.



이 모든 것을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았는데도, 그동안은 젊음이라는 마법의 물질이 나름 나를 하드 캐리 해준 덕에 어찌어찌 살아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깨닫고 한 살이라도 더 어릴 적에 운동을 시작했으니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사실, 지금에 와서는 내가 하는 이 모든 운동조차 내 몸을 더 나아지게 한다기보다는 여기에서 더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유지'에 다름없다.


사실 이 시점에서 내가 아무리 운동에 열을 올린다 한들, 십 일자 복근에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머슬마니아 챔피언처럼 될 수는 없다. 그러려면 아주 무리를 하며 온갖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아니 내가 왜?


이제와서 그런 것을 추구할 동기는 내게 일도 없다! 내가 운동을 하는 분명한 목적은 오로지 건강한 삶과 체력의 유지니까.


오늘 내 모습을 거울에 비쳐보다가 너무 좋아 보여서 놀랐다고 했지만, 이것은 순전히 내 기준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타고난 신체 조건부터가 나보다 월등히 뛰어난 사람도 많고, 운동도 나보다 훨씬 열심히 한 조각 같은 몸매의 소유자가 쌔고 쌨을 게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나는 내 타고난 모습과 조건에서 오로지 규칙적으로 꾸준히 운동하는 것만으로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고, 군살 없는 단단한 건강한 몸을 만들어냈으니 그것만으로 참 대견하지 아니한가 말이다. 아무도 인정해 주거나 칭송해 준 적 없다. 그냥 내 관점이고 내 느낌일 뿐.



그런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계속 말하고 있는 '최상의 내 모습이 된다는 것'이 바로 이 몸의 원리와 맥을 같이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번 생에서 내가 될 수 있는 최상의 내 모습이 된다는 것은 바로, 내가 타고난 모든 조건과 환경 속에서 내 열망과 노력에 의해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 가장 나은 내가 된다는 것이다.


160이 조금 넘는 키에, 왜소해 보이고, 다리 비율이 길지 않다면, 빅토리아 시크릿의 슈퍼모델을 꿈꾸는 것은 좌절하기 딱 좋은 선택이다. 피부가 까맣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은 평범한 얼굴의 소유자가 이번 생에 화장품 모델이나 주연급 여배우를 자신이 되고 싶은 최상의 모습으로 상정하는 것도 애당초 방향이 맞지 않다. 그런데도 어린 시절에는 영 맞지 않을 옷이라도 입어보고 싶다. 어떻게라도 해서 억지로 세상에서 보여주는 다른 이들의 최고의 모습을 내 것으로 만들어 보고 만 싶다. 애당초 나에게는 허락된 것들이 너무 보잘것없는 것만 같아 부인하고 싶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두렵다.


아모르 파티 (Amor Fati)! 내 운명을 사랑하라!

그래도 어쩌겠는가?


결국 대면해야 할 진실이라면, 이르면 이를수록 오히려 좋은 것이지. 잔인한 본질의 거울에 내 모습을 오롯이 비춰보고, 내 몸뚱어리로 될 수 있는 최고의 몸매가 될 때까지 꾸준히 운동하면 되는 것이다.


결코 이 작업이 쉽다고는 안 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실망스럽고, 좌절되고, 못마땅하고, 과연 될까 싶고, 해봤자 세상에는 어차피 타고난 넘사벽이 넘쳐나 이까짓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것이다. 하루 이틀 바짝 한다고 눈에 보이는 무슨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들여야 되는 노력에도 개인 차가 크게 난다. 100킬로도 넘는 거구의 몸에서 시작했으면 최상의 모습은커녕 우선 남들 수준으로 될 때까지 피눈물이 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열심히 꾸준히는 어느 정도 평균인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이고, 더 망가져 있는 상태라면 무리라고 할 만큼 더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필요한 것이다. 역시나 세상 이치는 이런 의미에서 또 공평하다.


변화가 더 빨리 나타나는 이도, 늦게 나타나는 이도 있겠지만, 결국 멈추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결과가 나타난다. 몸은 놀랄 만큼 정직한 법이라, 딱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결과를 주더라! 목표치에 도달한 이후부터는 이제 남은 것은 '유지' 뿐이다. 이것이 또 참 눈물겹게도 쉼없는 꾸준함의 영역인지라, 차마 여기서는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으련다. 이 얘기만으로도 책 한 권이 나올 판이니까.


꾸준한 운동으로 내 몸은 어느덧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었다. 다른 이들이 선망하는 몸이 아니라, 그저 내가 원하는 내 몸으로 될 수 있는 최선의 몸매이다. 여기서 더 무리하면 유튜브 주부 홈트 스타처럼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나올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일지는 몰라도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완벽해지려면 애당초 타고나질 않아 불가능하고, 유명해지려면 원하지도 않는 무리를 해야 한다.


나는 내 몸에 대해서는 딱 여기까지 원하며, 앞으로는 가능하면 이 정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죽는 날까지 힘쓸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유지'에도 지금보다 점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어딘가 다른 영역에서 나는 그걸 끌어다 써야 할 것이고 말이다. 아마도 '지력'이 그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삶에 있어 부와 성공의 원리도 딱 이와 같다. 애당초 내가 꿈꿔봤자 의미 없는 부와 성공의 수준이 있다. 세상 물정을 모를 땐 진짜 터무니없는 부와 성공의 모습을 선망해 보기도 했고, 내 현실이 점점 그곳에서 멀어져만 가는 것이 절망으로 다가왔다. 조금 더 빨리 거울 앞에 앉아 솔직하게 내 모습을 들여다보고, 내 안에서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항상 젊음은 어리석다.

아니, 내가 어리석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삶은 우리에게 꼭 살아낸 분량 만큼의 지혜를 선물로 준다.


나는 이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알 것 같다. 거울을 보면 내가 가진 것으로 될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이 어떤 것일지도 그릴 수 있다. 물론 무리하면 더 나아갈 수도 있겠지만, 소중한 것들을 포기할 필요 없는 딱 내가 원하는 선이 어디까지 인지도 구별할 수 있겠다. 남부러울 것 없는 잘나가는 사람들이 정점에서 미끄러지는 것은 그 선을 분명히 알지 못하고 무리해서 인 것 같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어리석은 젊은 시절에 엄청난 부와 성공이 함께 찾아오지 않은 것을 도리어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원하는 것을 알았고, 내 안에서 나올 최고의 것을 알았으니, 남은 건 그걸 이뤄내고 '유지', 또 '유지' 하는 일뿐이구나! 역시 운동만큼 통찰을 주는 것도 없네그려. 이러다 어느 날 철인 삼종 경기에 도전하고 싶어질까 봐 문득 겁이 났다... ㅎ


드루와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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