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찔러주기 스킬

일상생활 '넛지(Nudge)' 적용기

by 에센티아

넛지(Nudge)에 대하여

넛지(Nudge)란, 넌지시 상대방이 어떤 것을 하도록 옆구리를 밀어주는 행위를 말한다.

다년간 경영부문에 있어 세계적 베스트셀러였고, 저자가 노벨상까지 받는 바람에 몇 년 전 다시 한번 개정판이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던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말에 '넛지(Nudge)'라는 개념에 해당하는 단어가 애당초 없는 걸 보면, 한국 사람들은 의식적 레벨에서 넛지의 중요성에 대해 명확하게 느끼지 못하며 살 가능성이 높다. 언어란, 한 민족의 정신세계와 사고의 틀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삶을 통해서 넛지의 중요성에 대해 수도 없이 실감하곤 하였다. 나 자신도 누군가의 넛지로 북돋움을 받아본 적이 있고, 어린 시절부터 주변인들을 넛지 하는데 나름 재능이 있어(?) 도움을 주며 살았던 것이다.

넛지에 대한 개념조차 흐리멍덩한 문화인 탓에, 남에게 넛지를 받은 것에 대해 인식도 못하거나 감사를 표현하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넛지는 개개인의 삶에 있어 크나큰 원동력이며, 성취를 돕는 기재라는 확신이 있다.


이 글에서 내가 말하는 넛지는, 긍정적인 의미의 '유도'나 '북돋움', '부추김'이라는 의미로 한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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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나의 견해로는, 여자보다 남자는 넛지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존재인 듯하다.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살다 보면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 부추김에 언제나 '약하게(?)' 넘어가는 것은 남자들이다. 특히 칭찬에 으쓱해져 무리를 하거나 자아도취에 빠지기 쉬운 경향을 보인다. 살짝 공감하고 동조해주면 분발해서 더 열심히 그 길을 파고들기도 한다.


여자라고 그런 경향이 왜 없겠는가마는, 말이 똑 부러지는 여자들은 넛지에 대한 화답으로 행동을 강화하기보다는, 대화로 받아치며 긴긴 수다로 이어지다가 서로 간의 친분만 강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남자들은?

넛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곧장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케이스가 상당했다. 게다가 한번 무엇을 파고들기 시작하면 상당히 끈기 있고 깊게 몰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한번 물꼬를 트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넛지가 먹히기만 하면 그 뒤로는 폭발적인 발전과 성장을 알아서 해나가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남편과 아들, 두 남자와 함께 사는 내게는 이들이야 말로 살아있는 넛지 프로젝트의 실험 대상이다.


photo-1458134580443-fbb0743304eb.jpg?type=w1 © monroefiles, 출처 Unsplash




넛지 대상 1호 - 남편


남편은 요즘 독서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 남편이 오늘날 다독가가 되기까지, 나는 곁에서 나름 수많은 넛지를 공작해 왔다.


처음 만났을 당시에만 해도 남편은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 독서에 대해 '필요 없다'라는 충격적인 발언도 했었다. 당시에 나는 아연실색했다. 일평생 독서가였던 내게는 영 상종 못할 부류의 인간(?)이라 여겼던 비독 서가를 남편으로 맞게 되다니! 이런 기분을 고구마 먹고 채한 느낌이라고 하는 걸까. 가슴 저 아래에서부터 갑갑해 오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논거인즉슨,

'책은 읽어도 뻔한 내용, 당연한 내용들이다. 어차피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내용들을 반복해서 읽어 봤자 무의미하다'

는 요지였다.


그가 말하는 책은 아마도 자기 개발서 류를 지칭했던 것 같다. 전공서적 외에는 자기 개발서를 위주로 20대에 주로 읽다가 그 소리가 그 소리인 것에 질렸던 것 같았다. 자기 개발서만 주야장천 읽었던 이들의 폐해일 것이다. 다 뻔하고도 당연한 소리, 누군 몰라서 말 못 하나 하는 소리들이지, 행동하는 게 쉽지가 않지 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다.


내가 공작활동을 벌인 넛지라는 것은 잔소리해대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고도의 작업이다. 곁에서 아주 작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대가 목적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조금씩, 티 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다양한 방식의 푸시를 가하는 것이다.


설득도 하고 예시도 들려주고, 때로는 솔선수범도 하고, 회유도 하고, 칭찬하고 띄워주며 그쪽 방향으로 향하도록 섬세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이런 고도의 작업을 누가 돈 안 받고 공짜로 해주겠는가. 그래서 아주 소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나 해줄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책 읽기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던 그가, 결혼 4년 만에 나보다 더 열성적인 독서가로 돌변했다. 이제 남편은 어딜 가나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책벌레 수준이 되었다. 상전벽해란 이런 것인지, 마음속 깊이 뿌듯하다.


다행히도 우리 남편은 나의 넛지의 공로를 인정해주었다. 그렇게 숨은 노력을 알아차리고 인정해주니 정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기뻤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책에 대해 토론하려고 주제를 꺼낼 때는 전심으로 적극 참여한다. 스스로도 원래 독서 토론을 하는 것이 즐겁기도 하다. 남편과 함께 서로 읽은 책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 이상이었다. 결혼 4년 만에 나의 이상이 현실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photo-1485546246426-74dc88dec4d9.jpg?type=w1 © benwhitephotography, 출처 Unsplash


넛지 대상 2호 - 아들


이제 나의 다음 프로젝트는 7살 아들이다. 아~ 한숨부터 나오는 이 어린 존재는 향후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어떻게 넛지를 해야 할지 플랜조차 세울 수 없다.

처음 도전해보는 유아 넛지라는 미지의 영역.


사실, 내가 평생에 가장 긴 시간을 쏟았지만 포기했던 넛지 대상 1호는 내 남동생이었다. 하지만 포기를 하고 수년 후에 돌아보니, 동생은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서가가 되어있었고, 그 외의 분야에서도 나보다 더 잘 살고 있었다. 그러니, 나만의 넛지 공작이 수포로 돌아간다 해도 결국 아들은 아들의 일생을 알아서 개척해 나갈 것임을 믿는다.


다만 나는 같이 살 동안 할 수 있는 만큼 좋은 영향을 행사해보고자 애써볼 뿐이다. 자식이 공로를 결코 인정할리도 없고 대가도 전혀 없는 혼자만의 넛지겠지만, 억울하거나 본전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으리라. 내 새끼니까. 엄마라면 다들 나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photo-1491013516836-7db643ee125a.jpg?type=w1 © invent, 출처 Unsplash


현재 내가 아들에 대해 상정하고 있는 넛지 프로젝트의 목표는 한 네 가지 정도가 있다.


우선 아들이 글로벌한 스케일로 세상을 보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에 시야를 가두지 않고 원한다면 세상 어디에서라도 가서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두 번째가 독서가가 되어 세상의 지혜와 멘토를 책에서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난과 고독에 시달릴 때에도 엉뚱한 곳이 아니라 책에서 힌트를 찾고 매달리며 치유를 얻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다른 건 몰라도 특히 역사를 파악하고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독서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기 바란다.


세 번째는 사람들 속에서 어울리며 행복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사람으로 커나가길 바란다. 결국에는 인생도 행복도 사람에 달린 것이라는 것을 알고 사람들과 잘 지내며 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네 번째로는 일평생 운동이 습관인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줄 알고, 정신의 건강을 몸의 건강으로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photo-1491841550275-ad7854e35ca6.jpg?type=w1 © aaronburden, 출처 Unsplash


목표는 거창한데, 이 장대한 프로젝트를 어떻게 넛지 하여 달성할 수 있을지 속수무책이다. 뭐 긴긴 인생이니 어떻게든 수가 나겠지. 조급할 것은 없다. 어차피 알아주지 않을 고생이므로 쉬엄쉬엄 하면 그만 일 것이다. 너무 공들이지도 말고 나 하고 싶을 때 내 페이스로.


말은 이렇게 해도 엄청 공들일 수도 있다. 그래 놓고 나중에 자식 키워 낳더니 다 헛거네 따위의 한탄을 하고 있을 수도. 삶을 누가 알겠는가. 될 대로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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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넛지


무의식적으로도 우리는 서로 넛지를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할 때에는 정말 공을 들여야 하므로 상당한 에너지와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들여서 에너지를 써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대상이 아니라면, 좀처럼 하기가 힘들다. 내 남편이고 내 새끼니까 할 수 있는 일이지, 남 같으면 어휴. 해준다한들 그 공로를 알아주는 일도 아니고.


나 자신도 좀 이런 넛지의 배려를 누군가한테 받아보고 싶다. 누가 내게도 좀 적절한 때에 넛지를 해줘서 앞으로 한 발만 나아갈 수 있게 떠밀어 줬으면 참 좋겠다!


바보 같은 소리지만 어떨 땐 채찍 맞으며 달리는 말이 되고 싶다는 노예근성 어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 채찍을 쥔 자가 세상의 현인이라,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로 나를 이끌어주며 찰싹찰싹 주마가편해주기를.

역시 바보 같이 들리긴 한다.


현재 마흔을 앞둔 내 주변에는 무심코 해주는 넛지조차 없다.

그럴 땐 어찌하리.

내 옆구리를 내가 찌르며 가야 할 밖에.

그래. 나는 내가 넛지 하며 나아가자.

그게 인생이지 뭐.


아~ 그래도

나도 넛지 좀 한번 받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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