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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시골로 떠난 이유

오길 잘했다!

by 사적인 유디


29년 동안 부산 이외의 지역에서 살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자연이 좋아지기 시작한 게.


어렸을 때는 번화가가 좋았고, 시끌시끌 북적이는 곳들이 좋았다. 코로나 이후부터였을까? 강제로 여러 사람이 모이지 못하게 되었고, 심지어 5명 이상일 때는 같이 식당조차 방문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번화가나 일명 핫플이라고 불리는 곳들은 피하게 되었다.


그렇게 사람이 적은 도시 외곽으로 나가다 보니 자연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자연을 바라보며 지내는 그 여유로운 시간들이 참 좋았다.


시끄러운 차 경적 소리도 없고, 높은 빌딩으로 자연 풍경이 사라지는 일도 없으며, 같은 시간이라 해도 더 천천히 음미하며 보낼 수 있었다. 내 마음속 한 구석에는 '시골 가서 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해가 지날수록 이 마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차 경적 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고, 뭐가 그리도 바쁜지 매분, 매초가 바쁘게 흘러가는 사회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고 싶었다. 도시에서는 아무리 휴식을 취하고 있어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고나 할까.


답답한 마음속 시한폭탄이 터기지 일보 직전에 '시골살이 체험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신청한 지 단 3일 만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3일 만에 모든 짐을 정리해서 시골로 오게 되었다.


이제 겨우 7일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게 사람 사는 거지'라는 마음에 여유가 새어 나온다.


도시에서는 아무리 누워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여유를 느낄 수 없었는데, 시골에 오니 아침부터 고구마를 캐고, 풀을 뽑아도 모든 순간이 여유롭다. 흘리는 땀만큼 밥맛은 더 좋아지고, 집밥을 싫어하던 내가 직접 밥을 해 먹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시골의 별은 도시보다 더 빛나고, 황홀해서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눈에 들어오는 자연들이 전부 행복을 선물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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