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 "소원이 무엇이니?"
- "행복하게 해 주세요"
소원을 빌 기회가 생기면, 항상 똑같은 대답만 했다.
사실 그렇게 불행만 가득한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행복'을 좇았다.
[행복]
1.명사 ; 복된 좋은 운수.
2.명사 ;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평범한 하루, 걱정 없이 잠드는 밤,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배 터져 죽겠다'라고 뱉는 그 순간 자체가 전부 행복이었음을 수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시골에 오고 나니 그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겨난 걸까.
천천히 그리고 온전히 행복을 느껴본다.
스스로 빠르게 결과를 내야만 하는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의 삶은 부지런하면서도 천천히 자연에게 운을 맡기고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간다.
싹이 트고, 꽃이 피어나고, 열매를 맺고, 수확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온 정성으로 쏟아붓지만, 결과는 자연에게 맡긴다.
어느덧 시골 생활 3주 차가 되었다. '행복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온전히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다.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멀리하고, 지금 내 감정과 기분에 몰입하고 있다.
시들어가는 줄 알았던 배롱나무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후에야 분홍빛으로 서서히 물든다. 아침 햇살 받은 분홍빛이 얼마나 반가던지.
작업 중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이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토닥토닥, 햇살만큼이나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연히 고개를 들어본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나답게 살라’며 응원해 준다.
평범한 공원인 줄 알았던 곳의 수백 년 전 사연을 들으니 그 시절의 모습이 애틋하게 그려진다.
반갑게 건넨 인사에 수줍은 인사로 보답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꼭 어린 시절 소녀와 소년 같다.
그늘 한 점 없이, 햇살이 내리쬐는 날에 다 함께 땀 뻘뻘 흘리면 캔 고구마의 값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지다.
늦은 밤 시골길을 지나오며 들은 <Oasis - Wonderwall>은 시골을 더 음미하도록 해준다.
행복은 화려한 모습이 아니다.
행복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모습도 아니다.
행복은 어쩌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평범한 모습들이다.
손에 닿지 못하는 행복은 허상이었던 것.
행복은 가까이에 늘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