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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Mar 26. 2019

느린 방법이 가장 빠르다

식물과 함께하면서 그들에게 배운 이야기


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을까?

요리하는 법, 돈 관리법, 체중 조절법, 잘 쉬는 법, 잘 노는 법, 분노를 조절하는 법, 대화를 잘하는 법, 실패한 후 일어서는 법 등등.


이런 것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빨리 하고 싶어도 빨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달만에 만든 식스팩은 두 달만 간다고 했다. 빨리 친해지고 싶다고 해서 진짜 친구를 만드는 방법은 없고,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확 나빠진 감정을 좋은 감정으로 바꾸는 건 정말 어렵다.




얼마 전 사소하지만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안 좋은 일은 그냥 운이 안 좋았을 뿐, 확률게임으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나 혼자만 조심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생각하면 할수록 내 손해인 것도 알지만 계속 생각나는 억울함을 참기가 힘들었다.


"옐로카드를 몇 장 갖고 있느냐가 중요해요.
그리고 자고 일어났을 때 없어진 카드가 몇 장이나 더 생기는 지도요."



항상 침착하게 일정한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실장님에게 비법을 물어보았다. 어떤 사람은 옐로카드를 100장 정도 갖고 있어서 심기를 건드려도 쉽게 화를 내지 않는다. 아이유의 삐삐 가사처럼 주의를 주는 것이다. 반면에 나는 몇 장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푹 자고 일어나도 없어진 5장 중에 겨우 한 장정도 생겨난다고 해야 할까?


안 좋았던 기분을 빨리 나아지게 만드는 방법은 옐로카드를 많이 갖고 있는 것이다. 1장밖에 없던 사람이 갑자기 100장 갖기는 어렵지만, 오늘내일 1장, 2장씩 만드는 건 할만한 일이다. 꾸준히 만들어 놓을수록 조금씩 일상이 쾌적해질 것이고 그러면 좀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식물은 엄청나게 많은 옐로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위험에 처했을 때, 수많은 옐로카드 중 하나를 소진한다. 그래서 어느 한 부분을 잃는다고 해도 죽지 않고 살아나간다. 꽃을 꺾거나, 나뭇가지를 부러뜨렸다고 죽지 않는다. 상처 받은 부분은 천천히 메꾸거나 조금씩 떨구거나 해서 남은 전체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어떨 땐 가지치기를 하면 더 많은 가지가 나오는 것처럼, 일부분을 잃고 몸을 더 크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상처를 딛고 더 크게 성장하는 사람처럼.


식물은 느린 생체리듬을 갖고 있다. 느려도 너무 느리지만 원래 그렇다. 우리와는 다른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는 우리만의 리듬으로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식물이 가진 비법이 있다. 햇빛을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실제로 해가 좋은 날 햇볕을 쬐며 걸으면 마음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나온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꺼내 쓸 수 있는 옐로카드를 만드는 시간이다.





결국 모든 일에 있어 느린 방법이 가장 빠르다는 걸 깨닫는다.

더 중요한 건, 느리고 평범한 시간이 쌓이면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정말로 요리를 맛있게 해내는 능력이 생기기도 하고, 습관으로 만들어진 날씬한 몸은 쉽게 살찌지 않는다. 옐로카드를 많이 만들어서 여유로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의 삶도 평범하지만 느린 일상에서 가장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느린 삶을 연습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여유와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속도를 점점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낮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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