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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Mar 09. 2019

식물은 알고 있는, 느린 시간의 비밀

식물과 함께하면서 그들에게 배운  이야기


느리게 살기 vs. 빠르게 살기


식물을 관찰해보면 그들을 묘사하는 단어가 몇 가지로 정리되는데, 신기한 점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식물은 너무 느려'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정말 순식간에 자랐다니까'라고 말한다. 끈기 있게 그들을 경험해보면 사실 둘 다 맞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식물들은 저마다 성장기와 휴식기를 갖고 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남들과 비교하며 빠른 성장을 하기 위해 무리한다거나, 이유 없이 남들을 따라 한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 선인장이 한결같이 그대로인 것 같아도 몸집을 키워야 할 때가 오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그 모습을 지켜본 적이 없다면 아직은 킬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도 종종 식물 킬러다..)




많은 일을 해야 할 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리듬


가끔 우리는 느리게 보이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속도가 드러나는 일과 드러나지 않는 일이 있다. 식물은 매일매일 성장하는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 이 느리게 보이는 시기는 마치 나에게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것 같았다.


특히 다육식물과 선인장을 키울 때 그랬다. 도통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살아있는 건지 죽어가는 건지 모르겠고, 물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을 못 잡았었다. 사계절을 두세 번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몸집을 키우고 번식하기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식물도 할 일이 많다. 줄기도 좀 더 튼튼하게 많이 늘려야 하고, 새 잎도 몇 장씩 만들어내야 하고, 꽃을 피워 번식에 성공해야 한다. 식물들은 그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해 속도를 늘리는 게 아니라 리듬을 타는 법을 알고 있다. 휴식기도 있고, 성장기도 있다. 성장해야 할 때는 점점 빨라지는 리듬을 타며 자유롭게 조절한다. 그리고 이 리듬에는 법칙이 있다. 아무리 대단한 그 어떤 식물이라 해도 순간적으로 템포를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점점 빨라지거나, 점점 느려지거나 둘 중 하나다. 몸치와 같은 '리듬치'가 되지 않으려면 서서히, 자연스럽게 속도를 내어야 한다. 리듬이 좋으면 속도도 빨라진다.






식물은 알고 있는, 느린 시간의 비밀


식물은 알고 있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느리고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중요한 건 느린 시간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해하면 안 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땅 속 뿌리에서부터 하나씩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다.


정말로, 느린 시간을 충분히 단단하게 보낸 식물은 성장할 때 더 튼튼하고 크게 자란다. 식물처럼 우리들도 그렇다. 식물을 아주 잘 키우고 황금손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배운 것이고, 멋져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해낸 것일 것이다.


30만 평의 지상 낙원을 일군 가드닝의 대가인 타샤 튜더도 이렇게 말했다. "정원을 가꾸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했어요. 인내심을 가지는 건 모든 일에서 중요해요. 참을성을 기르는 데 평생이 걸린 것 같아요. 참기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기다리면 보상이 따라요."









식물 키우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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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도서

-호리에 다카후미, 《다동력》

-게리 켈러, 《원씽, The One Thing》


참고 영화

- "타샤 튜더" 마츠타니 미츠에, 2018 / Tasha Tudor: A Still Water Story. Mitsue Matsuya.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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