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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Mar 07. 2021

서른 살, 내가 원하는 게 뭐지?

서른 번째 토마토의 고민

나이를 한 살 더 먹었을 뿐인데 

인생은 +1이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는 

어려운 함수가 계속 붙는 듯하다.


스무 살에서 서른에 가까워질 무렵 깨달았다. ‘뭐하나 쉽지 않군’ 스물아홉의 나는 세 가지 이유로 두렵고 불안했다. 일(이 길이 맞나?), 연애(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나?), 독립(나는 언제 독립할 수 있을까?)에서 뭐 하나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서른이 되기 전 스물아홉의 나는 이랬다. (구구절절)


29살, 인테리어 디자이너, 직장인 5년 차, 독립 못 함,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중, 5년간 저축한 돈 3500만 원 정도, 사표를 품고 살다 5년 차에 내던지고 도망침, 한 달 넘게 홀로 유럽여행을 떠났었고 백수 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을 계속 까먹고 있음, 멈추고 되돌아보는 중이라고 좋게 생각하기로 하지만, 연애도 잘 모르겠고 결혼을 하는 건 생각도 안 해봄, 백수가 되었는데 다시 회사에 들어가기가 싫음, 하지만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구직사이트를 매일 들어가 보는 중, 인생은 길다고 괜찮은 척해도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음.



내가 겪은 서른 살의 기분이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삶의 사이클을 알게 된 

서른 번째 토마토의 삶 같다’라는 거다. 


조그맣던 씨앗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쑥쑥 자라고, 약간의 시련과 힘든 시기를 지나 환상적인 날씨도 경험하고, 그렇게 뿌리를 내려 혼자 서있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빨갛고 초록빛이 조금 섞인 토마토가 된다. 매년 열매를 하나씩 맺었지만, 30번째에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색다른 토마토가 되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30번 정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열매를 맺어보니 스스로가 어떻게 자라는 걸 좋아하는지, 어떤 맛의 토마토를 만들 수 있게 되었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비슷한 삶을 살았는데 

29번째의 토마토는 

30번째가 된다고 생각하니 

그 이유만으로 왠지 불안했다. 


변화를 준다면 지금쯤 줘야 할 것 같았고, 

이 길이 맞다는 확신이 들면 쭉 갈 텐데

그렇지가 않아서... 


퇴사하고 새로운 곳에 가면 좀 나아질까? 진정한 사랑은 언제 어떻게 가능한 걸까? 그런 게 가능하긴 한 건가? 지금 독립해도 될까? 막연히 서른이 되면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시작점에 서서 혼자 생각했다. 


'이제는 진짜 내 선택으로 살아볼 건데 

혹시 잘못된 선택이면 어쩌지? 

후회하면 어떡하지? 망하면 어떡하냐'


선택의 기로 앞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토마토 열매가 될 것인가, 

아니면 토마토 통조림이 되어 볼 것인가, 

케첩이 될 것인가, 

주스가 될 것인가, 

치즈와 협업하여 카프레제가 될 것인가.



... 내가 원하는 게 뭐지?











저는 지금 서른넷이 되었고,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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