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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Mar 02. 2021

백신 접종후 하루동안 몸살을 앓았다.

 코로나 백신 2차접종 후기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신체증상은 발열, 오한, 피로, 두통, 메스꺼움 등이 있다고 들었다.

1차 백신접종 때도 감기몸살이 오는 것 같은 증상이 하루정도 있었기 때문에 2차 때는 1차 때 증상의 두어 배정도 되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었다.

이미 화이자를 맞았던 아이들도 아들은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갔다고 했고 딸은 1,2차 비슷하게 몸살 기운이 있었다고 하니 개인마다,체질과 체력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만 하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 집 어르신들도 1차 때는 거의 무증상, 2차 때만 두 분만이 증상을 보이셨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었다.

다만 조금 켕기는 것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맞은 화이자보다 내가 맞은 모더나가 조금 더 후유증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불안감을 주고 있었다.


당일 오전 11시에 맞은 주사는 저녁이 되기까지 크게 이상 기운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덕에 오래간만에 코로나 백신 2차 접종했다는 브런치 글도 하나 써 올릴 수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두통과 피로감이 서서히 다가오고는 있었지만 10시간이 지나서도 이 정도라면  별것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잠자리에 들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악몽을 꾸고 있는데 옆에서 남편이 나에게 묻는다. "타이레놀 갖다 줄까?"

그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악몽을 꾸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아파서 끙끙대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지금은 한밤중. 조금 참아보기로 하고 괜찮다고 대답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남편이 묻는다. "타이레놀 갖다 먹자."

아까는 새벽 두 시였고 지금은 새벽 4시다. 시계를 보고는 내가 잠시 생각하는 동안 남편이 다시 말한다.

"타이레놀 먹어야겠다. 안 되겠어. 어디 있지?"

둘은 어기적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와 약 서랍장을 뒤져서 타이레놀을 꺼내 먹는다.


그렇게 시작된 발열과 오한은 만 하루 동안 계속되었다.

새벽 4시에 먹은 타이레놀의 도움으로 겨우 아침식사 준비와 서빙을 마치고 다시 소파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렸다. 남편은 6시간이 지났으니 타이레놀을 다시 먹었지만 나는 눈꺼풀 염증 때문에 먹고 있는 항생제를 아침식사 후 먹었기 때문에 조금 시차를 두고 먹기로 하고 한다.

오한 때문에 패딩잠바를 입고 담요 두장을 겹쳐 덮는다. 그렇게 두 시간을 죽은 듯이 잤다.

심심해진 강아지가 내 몸에 올라와 웅크리자 마치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누르는 것처럼 힘겹다.


자고 났는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재보니 100.4 F이다. 

안 되겠어서 다시 325mg짜리 타이레놀 두 알을 먹는다.

이유를 아는 발열과 오한이지만 무턱대고 견디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니, 견디기 어렵다.

한 시간여가 지나자 다시 기운을 차린다. 소파에서 일어나 어제 했어야 했던 일거리를 찾아 책상에 앉는다.


아침에 먹은 타이레놀 덕에 평상시의 모습을 보이던 남편이 닭 모이를 사 오는 일을 마치고 다시 소파에 누워버린다. 얼마뒤부터 옆에서 자료를 정리하던 내게 남편의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곧 저녁 먹을 시간이니 밥 먹고 나서 타이레놀을 주어야겠다.

그날 밤 마지막 타이레놀을 먹고 잠자리에 들면서 우리는 서서히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만 하루 동안 325mg짜리 타이레놀 두 알씩 네 번을 먹으며 접종 후유증을 견뎠다.

감쪽깥이 다음날부터는 거의 다시 정상이 되었다. 물론 심한 몸살을 앓은 탓에 그뒤에도 조금씩 쉬어주어야 했지만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무난히 해낼 수 있었다.


내가 겪은 몸살과 오한은 거의 독감 수준이었다. 나의 경우에 그랬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체력이 별로다. 만성 지병이 있고 잘 아프다. 게다가 현재는 눈꺼풀 염증으로 항생제를 두 주째 먹고 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이 백신 후유증을 가중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 경험이 일반화될 수는 없다. 

내 주변을 봤을 때 정말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사람부터 나보다 더 심하게 몸살을 겪는 사람도 있다. 증상도 다르다. 같이 주사를 맞은 한분은 다른 증상은 없는데 오심이 심했다고 한다. 알 수 없다. 

독감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감사하게도 대개 만 하루 정도 짧은 시간 동안의 증상이라는 것이다.

어제의 지금쯤 거의 정신줄을 놓고 쓰러져 자거나 오한으로 와들와들했던 것이 마치 꿈을 꾼듯하다.


사람 몸은 정말 경이롭다.

내가 겪은 발열과 오한은 내 몸이 정체불명의 새로운 침입자를 대항하느라 빚어진 결과일 것이다.

내 몸은 만 하루 동안 결전을 벌여 자랑스럽게도 그 침입자들을 제압하고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냈다.

그 무기는 내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그 침입자들을 94%의 가능성으로 이겨내게 할 것이다.

이 정도의 성능 좋은 무기라면 그 정도의 고통은 당연한 일이다.

몸살을 앓으면서 정작 코로나에 걸리면 나같은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아플지 짐작할수가 없었다.


요란스레 백신접종치레를 하면서 새삼 과학과 의료계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들덕에 내가 겪을수있었던 엄청난 고통을 하루동안의 몸살로 대신했다.

다른 사람들은 부디 나보다는 가볍게 지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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