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여행] 드리먼 → 발마하 → 로워데난, 2015년 8월 24일
친절한 호스트 아저씨께서 차려주신 맛있는 스코틀랜드 가정식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제 미처 받지 못한 WHW 패스포트 인증 도장을 받고 기분 좋게 드리먼(Drymen)을 떠나 길을 나섰다. WHW 이틀 째다.
어제 드리먼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트래커들이 말했던 것처럼, 발마하(Balmaha)로 가는 공식 루트는 상당히 터프했다. 계속되는 오르막길과 비포장도로에서 가쁜 숨을 계속해서 몰아쉬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숨을 고르려고 잠시 걸음을 멈추면 스코틀랜드의 악명 높은 날벌레인 '미찌' 수십수백 마리가 달려들어 인내심을 시험했다.
힘들고 지쳐서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보답을 주는 게 이 길의 매력인가 보다. 겨우 오른 산 정상에서 봤던 발마하의 풍경과, 로워데난(Rowardennan)으로 가던 길에 봤던 그림 같은 호수의 풍경은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끝까지 걸어가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평생에 걸쳐 망막에 각인되는 몇몇 풍경들이 있다. 액자 속의 그림 같았던 강변의 풍경은 아마 그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로워데난에 도착했다. 오늘도 어떻게 운 좋게 예약 없이 유스호스텔을 잡을 수 있었다. 워낙 낮을 가리는지라 룸메이트랑 처음에는 서로 영 어색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WHW의 지독함에 시달린 건 서로 마찬가지였나 보다.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상태로 짐을 정리하던 중 동시에 한숨을 내쉬고, 그런 서로를 보며 피식 웃다가 친해지게 되었다. 룸메이트는 한 명이 더 있었다. 둘은 P와 M이라는 독일 사람들이었다. WHW를 걸은 후 유명한 스카치 공장을 견학 갈 거라고 한다.
다들 지쳐서 빨리 잠든 탓에 이야기를 그리 많이 나누지는 못했다. 나도 이제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