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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Sep 09. 2021

13. 발마하를 거쳐 로워데난으로

[100일 여행] 드리먼 → 발마하 → 로워데난, 2015년 8월 24일

어제 워낙 피곤했던 탓에 조금 늦잠을 자버렸지만, 덕분에 혼자서 여유 있게 아침을 먹었다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WHW) 패스포트에 찍어주는 포인트 방문 인증 도장

친절한 호스트 아저씨께서 차려주신 맛있는 스코틀랜드 가정식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제 미처 받지 못한 WHW 패스포트 인증 도장을 받고 기분 좋게 드리먼(Drymen)을 떠나 길을 나섰다. WHW 이틀 째다.


어제 드리먼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트래커들이 말했던 것처럼, 발마하(Balmaha)로 가는 공식 루트는 상당히 터프했다. 계속되는 오르막길과 비포장도로에서 가쁜 숨을 계속해서 몰아쉬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숨을 고르려고 잠시 걸음을 멈추면 스코틀랜드의 악명 높은 날벌레인 '미찌' 수십수백 마리가 달려들어 인내심을 시험했다.

누구 말마따나, 비가 내리는 중이거나 곧 내릴 예정이거나
다시 보니 어떻게 이 단순한 걸 열 줄 몰라서 그렇게 끙끙댔었나 싶었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한동안 이어졌다
고생해서 오르막길을 올라온 보람이 있었던 발마하의 풍경
귀여운 녀석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산 사나이라고 한다
가족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담아 만든 벤치가 가끔씩 보였는데,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았다
팔자 좋은 녀석들
양 옆의 나무 두 그루가 마치 액자 프레임 같아 더 그림 같았던 어느 강변의 풍경

힘들고 지쳐서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보답을 주는 게 이 길의 매력인가 보다. 겨우 오른 산 정상에서 봤던 발마하의 풍경과, 로워데난(Rowardennan)으로 가던 길에 봤던 그림 같은 호수의 풍경은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끝까지 걸어가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평생에 걸쳐 망막에 각인되는 몇몇 풍경들이 있다. 액자 속의 그림 같았던 강변의 풍경은 아마 그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드디어 로워데난에 도착했다
로워데난의 숲에는 이런 동식물들이 사는가 보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 성가신 미찌가 들끓고 있었던 숙소 앞
이제 13개 중 4개

로워데난에 도착했다. 오늘도 어떻게 운 좋게 예약 없이 유스호스텔을 잡을 수 있었다. 워낙 낮을 가리는지라 룸메이트랑 처음에는 서로 영 어색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WHW의 지독함에 시달린 건 서로 마찬가지였나 보다.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상태로 짐을 정리하던 중 동시에 한숨을 내쉬고, 그런 서로를 보며 피식 웃다가 친해지게 되었다. 룸메이트는 한 명이 더 있었다. 둘은 P와 M이라는 독일 사람들이었다. WHW를 걸은 후 유명한 스카치 공장을 견학 갈 거라고 한다.


다들 지쳐서 빨리 잠든 탓에 이야기를 그리 많이 나누지는 못했다. 나도 이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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