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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Oct 01. 2021

18. 간신히, 포트 윌리엄

[100일 여행] 킨로클레벤 → 포트 윌리엄, 2015년 8월 29일

킨로클레벤을 떠나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마지막 날을 시작했다
포트 윌리엄까지 이어진 마지막 코스는 유달리 인적이 드물었다
언젠간 노지에서 캠핑도 해보고 싶지만, 일단 지금은 무리
주변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간신히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돌아왔다
잠시 동행하던 스코틀랜드 부자는 캠프 사이트로, 나는 포트 윌리엄으로
늘 그랬듯, 이미 대부분의 숙소가 예약 완료
종착지인 포트 윌리엄은 이 표식 뒤로 한동안 더 들어가야 했다

미처 회복되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해가 질 무렵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의 종착지인 포트 윌리엄(Fort William)에 도착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출발지였던 킨로클레벤(Kinlochleven)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비상식량 하나 챙기지 못한 채 길을 떠났었다. 일주일 동안 항상 그랬던 것처럼, 가다 보면 중간에 식당이라도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트 윌리엄에 도착할 때까지 끝내 작은 카페 하나 나오지 않았다.


너무 지쳤던 걸까.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의 끝을 알리는 표식을 보고도 이렇다 할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어딘가에서 쉬고 싶을 뿐이었다.

몸도 마음도 방도 엉망진창

포트 윌리엄의 거의 모든 숙소가 예약이 가득 찬 탓에 숙박비가 제법 부담스러운 고급 호텔에 묵어야 했다. 방 안에 있던 웰컴 쿠키가 오늘 첫 번째로 먹은, 유일한 음식이다. 염증이 도진 물집 때문에 바닥에 발을 제대로 디딜 수 없다. 씻을 기운도 없다. 그저 잠을 청해야겠다.


내일이면 이 여정이 끝난 게 실감이 날까?

모르겠다. 우선은 쉬고 싶을 뿐이다.

진짜 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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