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간, 2군데의 병원 기록

갑상선과 유방 조직검사와 시술 과정 기록

by 손찻잔



병원 예약 일정과 나의 병이 일단락 된 지금 돌아보니,

6개월의 시간이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때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 한 입은 차가움이 머리를 쩡하게 만들어 일종이 두통이 온다면,

마지막 흘러내린 아이스크림은 행여 손에 뭍을까 빨리 먹고 치워버리고 싶어진다.


물론 아이스크림은 먹으러 갈 때마다 더 설레지만,

병원은 언제든 가기 싫고, 마지막으로 갈 때가 가장 설렌다는 건 예외다.


병원을 가게 된 이야기는 예전 포스팅에 작성을 해 두었고,

https://brunch.co.kr/@yuiyui/150


이번 글은 2월 18일에 쓴 대로 3월 25일 대학병원과 3개월 이후 유방 검사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부터,

갑상선은 암이 아니었으나, 위험은 있으니 앞으로 꾸준히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유방은 결국 시술을 했다.


주변에 암 투병 하시는 어머니도 계시고,

중증질환을 겪는 분들이 보면,

별 것 아닌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람은 원래 남의 큰 병보다, 자기 손끝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픈 법인지라...

나름 아직 젊은이인데도, 대학병원은 쉽지 않은 곳이었다.


갑상선암 의심되어 병원 진료 시작


1. 서울대병원 암센터 갑상선센터 등록 순서

예약한 날이 왔다.

처음 가 보는 대학병원.

9시 진료라 8시까지 도착했다.

한 시간이나 일찍 가는 건 너무 빠른 거 아닐까 싶었지만, 요즘 엄마 때문에 병원을 한참 다니는 친구의 조언을 따랐다.

병원을 가기 전 카톡으로 여러 안내를 받았고,

병원 도착 후 순서대로 하면 되겠지~ 했는데,

뭐 이리 복잡하고, 할게 많은지.

처음 방문한 사람들을 위한 센터(?)도 있었지만, 이 곳은 9시 오픈이라서 9시에 예약된 내가 이용할 수는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뭘 먼저 해야 하는지.

폭삭 속았수다에서 애순이와 관식이가 병원에 갔던 장면,

애순이가 뭘 해야 할지 두리번 거릴 때 퉁명스럽던 병원 직원들,

그 사이에서 애순이가 느꼈을 당혹함과 그것을 지켜보는 관식이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된다.


서울대병원 암센터는

처음 방문했을 때 입구에 있는 센터에 가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예약 시간 때문에 어렵다면 이렇게 해 보자.


1층에서 접수창구에서 등록(병원 진료 카드를 발급 받는다)
→ 가지고 간 결과지, CD 등록(등록 기계가 있음)
→ 진료받으려는 해당 과 방문
→ 각 과마다 비치된 키오스크에 도착 등록


서울대병원에서 방문 전에 카톡이 오는데,

이 때 도착하면 방문할 곳에 갑상선 센터라고 적혀 있어서

처음 도착 했을 때 냅따 갑상선센터로 갔다.

그런데 처음 오면 1층에서 등록을 먼저 해야 한단다.


아직 젊은 나도 이리 헷갈리는데, 부모님 혼자서는 정말 다니기 힘들겠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진료 대기실에 마침내 앉게 되었다.


2. 초진 결과 예상은 갑상선유두암

준비 해 간 결과지를 보고 짧은 대화가 오갔다.

현재 결과로 보면 갑상선유두암이 의심이 된단다.

그나마 다행인건 갑상선유두암이라 하더라도 진행 속도가 매우 더디기 때문에 이 정도면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단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여러 선생님들과 기록지와 CD를 보겠지만,

하지만 결론은 재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


바로 검사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

조직검사와 채혈을 위한 진료 날짜를 다시 잡았다.


3. 검사를 위한 방문 - 갑상선 조직 검사


이 날은 진료는 없고, 검사만 있기 때문에 검사 장소로 바로 갔다.

조직 검사는 시간이 예약되어 있어서 맞춰서 갔더니 대기 없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초음파를 보고 목에 마취크림을 바른 후 총을 슉슉 쏜다.

아프지는 않지만, 그 소리가 커서 놀라는 경우가 발생할 것 같다.

선생님들은 친절했고, 손도 따뜻하셔서 생각보다 놀라움 없이 검사를 마쳤다.


사람의 온기라는 게 참 중요하구나.

따뜻한 말 한마디, 손길 한번이 두려울 수 있는 공간의 기운을 상쇄하는 듯 했다.


문제는 채혈도 했어야 했는데,

대학병원을 처음 다니는 나는 별도의 안내가 없길래 조직 검사만 하고 나왔다는 것.


4. 검사 누락으로 연락 받음

진료 보기 2주 전 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피검사를 안했다고........

다행히 집과 병원이 가까웠기에, 정해진 일정에 맞춰서 피도 뽑고 왔다.

그런데 채혈실은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사람이 많았고,

기다림은 적었다.

마치 피뽑는 공장처럼 채혈실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5. 결과 및 진료

처음 진료를 보고 약 50일이 지났나.

조직검사와 피검사 등을 바탕으로 결과가 나왔다.


결과를 기다리면서 암이면 어떻하지?

수술하나?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

이런 저런 고민이 시작되었다.

사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이런 고민조차 필요치 않고,

결과가 나오면 의사와 상의하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 덜 충격받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결론은, 암은 아니다.

이 한마디로 사실 끝난 것 같았다.


물론 추적 관찰은 해야 한다. 8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다시 한 번 방문해서 보자는 것이다.

2025년 12월 31일.

또 다시 검사를 간다.



이렇게 병원 이야기가 끝나면 좋았겠건만,

결국 몸에 칼을 대고야 말았다.


작년 말에 시작한 병원 방문의 시작이었던 유방 검사.

3개월 후에 잡힌 재검사일이 되었다.


유방 맘모톰(엔코)


1. 유방 초음파 2번째 검사

다시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초음파를 본다.

지난 번 결과와 비교하며, 1시, 2시, 12시 등등 여러 방향을 검사했다.


초음파를 유심히 보던 지혜쌤이 조직검사를 해보면 좋겠다고 한다.

첫 번째 검사 때 오른쪽에 있는 의신스러운 놈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3개월 후 재검사로 예약을 한 것인데,

이 녀석이 여전히 의심스럽다고.

이걸 그대로 두고 또 3개월 후에 보느니 이번에 조직검사를 하는 게 좋겠다고.


그리고 어차피 하는 김에 왼쪽도 하자고.


그렇게 왼쪽 2개, 오른쪽 1개 조직 검사를 받았다.



2. 검사 결과 들으러 재방문

일주일 후 결과가 나왔다.

쌤이 아주 조곤조곤 설명을 해 주셨는데,

결론은 왼쪽 2시 방향에 있는 것을 시술하자는 것이었다.

결과지를 보면서 친절하게 여러 설명을 해주셨고 시술 방법도 알려주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서 맘모툼 시술을 찾아봤었는데,

그렇게 알게 된 것보다 훨씬 자세히 정확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실장님과 맘모톰과 엔코, 벡스코어에 대한 설명과

여러 결정 사항들을 정했다.

그리고 시술 전 피검사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3. 시술 당일

이번에 시술하는 것은 전이되거나 매우 나쁘고 위험한 놈은 아니라서,

제거하면 깔끔해 질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떼어 낸 조직을 다시 검사를 하는데,

이 때 저번에 발견된 세포 외에 다른 것들이 나오면 안된다는 것이다.

저번에 떼어낸 것은 세포를 관통해서 그 주변에 있는 조직을 떼어 낸 것이라 꾸석탱이에 나쁜 놈이 숨어있었다면 그게 안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통째로 다 떼내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애들이 발견될 수도 있는데,

거기에 위험한 놈이 없어야 한다는 것.


시술 순서

옷 갈아입기 → 마취크림 바르기 → 체온, 혈압 확인 → 지혈 주사 맞음 → 동의서 작성

→ 마취주사 → 슥삭슥삭 20분 정도 시술 → 압박 붕대 감음

→ 진통제 주사 → 아미노산 → 점심 먹고 → 이후 휴식 → 간호사님이 출혈 없는지 중간 중간 확인

→ 초음파로 시술 부위(안쪽 확인) → 약간의 혈종이 있으나 괜찮은 정도 → 꼬맴 → 다시 압박 붕대 → 퇴원


시술 시간 자체는 길지 않았지만,

전에 마취 크림을 바르고, 마취주사 맞고, 지혈하고 하느라 병원에서 하루를 보냈다.

퇴원 전 시술 부위를 다시 살펴보고 난 후 꼬매고 퇴원을 했다.


4. 떼어낸 조직 검사 결과

시술 열흘 후 실밥도 풀고, 떼어낸 조직의 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갔다.

제발 이번이 마지막 병원이길 바라면서.


검사 결과 새로운 애가 나오긴 했지만, 그 역시 위험한 것은 아니란다.

상처도 잘 아물었고,

이제 깨끗해 진 몸이 된 것.

물론 여전히 유방 속 여러 물질이 있겠지만,

이것은 당분간은 6개월 추적 관찰,

이후 안정된 상태가 되면 1,2년 주기로 관찰 시기를 늘리기로 했다.


이 포스팅에 쓰인 4,000단어로

6개월간 10번 넘은 병원 방문과 그 사이 느낀 감정을 다 설명하진 못 할 것이다.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공포감이 엄습했고,

그러면서도 이미 내 몸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어찌하겠냐며 받아들이는 스스로도 목격했다.


의사쌤이 시키는 대로 잘 치료하면 될거라는 긍정적인 모습도 보았고,

그럼에도 초록 수술방 모자에 한 순간 굳어버린 순간도 있었다.


이런 시간이 지나자 보험 청구라는 꼭 해야하지만 귀찮은 단계와 많은 서류 속에서 정신없기도 했다.



이 모든 걸 통틀어보니,

생각보다 주변의 많은 시선과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걸 알았다.


누구에게 도움을 주면 줬지, 도움받는 걸 꺼리는 편이다.

테이크 앤 기브보다, 기브 앤 테이크가 익숙한 사람.

그런데 막상 몸 속에 병이 자라고 있다고 하니,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하는 가족과,

엄마와 아이들을 돌보느라 바쁨에도 굳이 굳이 대학병원에 함께 와 주는 친구와

궁금은 하지만 먼저 묻지는 못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방문해서 만난 모든 의료진은

드라마나 뉴스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모두 친절했고,

힘든 보험 청구를 도와주는 분도 계셨다.


이래서 잘 살아야 하나보다.

남에게 폐끼치고 살지 말자 생각했고,

조금 손해보는 삶을 살았던 게 이렇게 돌아오나 싶었으니까.





아직 올해 3~5번의 병원 방문이 남았다.


서울대병원 갑상선센터에서 다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고

지혜로운 병원에서 다시 유방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도 뭔가 봉우리는 하나 넘은 기분이다.


갑자기 병원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 오면, 누구나 당황할 것이다.

병원에서의 당황스러움은 말하기도 애매하고,

또 내 병을 나만큼 신경쓰는 사람도 없기에 어느 순간 고립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글 말미에 다다라, 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있나 생각해봤다.


1. 병원을 다닌 과정 자체를 기록하는 것

2. 그때 느낀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는 것

3. 누군가 병원갈 때 헷갈리거나 당황스러울 때, 본인만 그러는 게 아니라는 응원을 하고 싶은 것.


나 역시 누군가의 글을 보면서

아, 이렇구나, 저렇구나 마음의 안정을 얻었듯,

혹여 그런 분들이 있다면 내 글이 다른 분들께 그런 조금은 안도하는 마음과

하다못해 병원에 방문했을 때 어떤 루트로 가면 되는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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