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기쁨
드레스덴으로 향한다. 사실 베를린에서 하루 더 머물고 다음 주부터 연수 일정이 시작되는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유럽여행을 다녀왔던 전 회사 동기가 드레스덴을 추천했다. 여행 책자를 보며 살짝 고민하다가 갈 마음을 먹었다.
베를린에서 하루를 줄이고 드레스덴으로 향하는 버스표를 끊으러 갔다. 오늘 오전에 베를린 외곽, 오링엔부르크에 있는 유대인 강제수용소 기념관인 작센하우젠 수용소에 갔다가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곧장 왔다. 어제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1시간마다 버스가 있어서 예약은 하지 않았었다. 다행히 3시 버스표를 끊을 수 있었다. 버스 출발 전까지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정류장 매점에서 먹을 것을 샀다. 탄수화물이 당겼지만 참았다. 신선한 토마토와 치즈가 들어간 크로와상, 그리고 수분을 함께 보충할 수 있는 오렌지주스 1리터를 6유로에 샀다. 우선 오렌지주스부터 들이켠다. 물을 사서 마시고 싶었지만 버스표부터 끊어놓을 생각에 열심히 걸어왔더니 목이 탄다.
셀카를 찍으려고 하니 앞에 있던 이탈리아인 부부가 말을 건넨다. 아저씨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아저씨는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았는데 아저씨가 찍어준 후 아주머니가 말한다. 자신이 다시 찍어주겠다고 한다. 역광이라고 반대쪽까지 걸어가서 사진을 찍어준다. 웃음이 절로 난다. 흐뭇한 미소로 감사를 표현했다.
드레스덴으로 향하는 버스 안이다. 새롭게 추가한 일정이라 그런지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베를린에서 열심히 구경한 덕분에 드레스덴에서 이틀이나 있을 수 있다. 야경이 아름답다는 드레스덴을 충분히 느끼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베를린에서부터 드레스덴까지는 가는 길에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주로 여행 경로를 묻어 어땠었는 지를 묻는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학생이었다. 방학을 이용해서 배낭여행을 오는 한국 학생이 많다. 나는 하는 공부에 대해서 묻고 들었다.
함부르크에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난 스무 살 친구는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행을 왔다고 했다. 수능시험을 잘 보지 못했고 점수에 맞춰서 간 대학교 첫 학기를 너무 정신없이 보냈단다. 학점도 망치고 이래저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부모님께서 여행을 권하셨다고 했다. 짧은 이틀이었지만 나는 그 친구와 몇 시간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눴다. 코치로서 코칭 대화도 잠깐 나웠는데 그게 괜찮았나 보다.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밤, 숙소 1층에서 작별인사를 나누던 중 고맙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무언가 찾으려고 왔는데 베를린에서 찾은 것 같다고 했다.
"형 덕분에 찾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나는 그 친구를 격려해줬다. 아주 중요한 것을 스스로 잘 발견해냈다고 지지해주었다. 버스에서 그 친구를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 친구가 이 버스에 오른다. 환승 지점에서 말이다. 또 이런 우연이 여행에서 생긴다. 그 친구는 프라하로 가는데 환승지점까지 타고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반가움을 표시하고 서로 흐뭇한 미소를 나눴다. 참 재미있는 여행이요, 만남의 기쁨이 크다. 어제 숙소에서 만난 스물넷, 스물다섯 예비역들과도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방학을 맞이해서 여행을 온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새벽 1시가 다 돼서 잠자리에 들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하고 목표하는 것을 이뤄가길 진심으로 기원해줬다. 여행에서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