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프리랜서로 살기로 했다
차라리 돈에 환장한 병에 걸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블로그 운영하는 것 외에 직업도 없고 마땅히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데다 전공을 살려 들어간 회사조차도 잘 못 다니는 이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회사든 알바든 숨이 막히고 작은 일에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버려 끝내는 멘탈이 나가서 일을 그만둬버리는 걸 반복해왔다. 정말 답답하고 한심하다. 그런데 이걸 못 고치니까 자꾸 딴짓만 하면서 엉뚱한 일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돈 안 벌면 속이 뒤집히고, 죽어도 회사 다녀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혔으면 했다. 신경증 걸려도 자살하지 않는 한 잘 죽지도 않는데 살겠다고 뛰쳐나오는 이 짓거리를 반복하니 이제는 그냥 내가 나약한 회피형 인간인 것 같다. 솔직히 학교 다닐 때는 세상의 틀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기 위해서 머리털이 빠져서 M자 탈모가 와도 죽자 살자 하며 학점 받으려고 다녔다. 그런데 회사는 그런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꾸만 다른 데 가면 되지, 괴로우니 그냥 굶어죽자 하면서 빠져나오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돈 벌어야지 집 사야지 하면서 꾸역꾸역 머리털 빠지고 편두통에 위장병, 설사병 걸리더라도 다닐 집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게 없으니 무한 퇴사러가 되는 거겠지. 그리고 일터를 나와서는 온갖 핑계를 다 대면서 참지 못했던 이유를 늘어놓고 합리화한다. 같이 일하는 선배가 너무 텃세를 부린다라든지 진상스런 사람들을 만나는 게 고통스럽다든지 아님 몸이 힘들어서 뒤질 것 같다든지. 일할 때마다 내가 아팠던 건 사실이긴 한데 그냥 참고 하면 안 됐던 걸까?
일할수록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게 차라리 티라도 안 나면 다행이다. 나는 피폐해지는 얼굴을 숨길 수가 없다. 그래서 주변에서 걱정을 하거나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해준다. 정 힘들면 차라리 하고 싶은 일이라도 찾아가라고. 근데 말이 쉽다. 하고 싶은 일 찾다가 망하면 책임이라도 져줄 건가? 나는 하고 싶은 일, 돈 많이 버는 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오래 버틸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대체 뭘 해야 멘탈 관리 잘 하면서 오랫동안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선은 이렇게 결정했다. 앞으로도 영영 회사를 다니지 말자고. 내가 내 회사를 차리든 1인 크리에이터가 되든 하자고 결정했다. 혼자서도 돈 벌어먹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지금도 내 직업 타이틀은 표면적으로는 프리랜서다. 돈은 한 달에 10만원 정도나 용돈 수준으로 간신히 벌지만 프리랜서라면 프리랜서인 것이다. 최근엔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생각보다 프리랜스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단순히 유튜버부터 시작해서 작곡을 한다든지, 강의를 한다든지, 뭐든 각종 분야의 프리랜서들이 즐비하다는 걸 안 것이다.
그렇게, 나 무한 퇴사러는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프리랜서 일 중에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블로그는 1년을 가까이 하고도 질리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N잡도 찾아야 한다. 유튜브를 할까, 외국어 강사나 한국어 강사를 시작해볼까, 다양한 생각들이 선택지로 떠오른다. 이제부터 할 일은 방향을 설정한 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OK! 오늘 무한 퇴사러의 푸념은 이것으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