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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Jan 11. 2023

3년 백수생활을 접기로 했다

건강 회복하고 돈도 벌자






 내가 마지막으로 어딘가 돈을 버는 곳에 소속되어 있던 건 2020년 1월쯤이었다. 하루 5시간 일하면서 매일 지치고 정신적으로 아프고 하다 보니 또다시 알바를 때려치우고 나왔었다. 그후로 병원을 다시 가고 또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까지 옮겨서 치료를 받아왔다. 그리고 딱 2명의 친구들에게만 알렸던 이 사실을 아는 친구들에게 모두 얘기하고 다녔다. 숨겨도 알아도 별로 득 될 것도 잃을 것도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 뒤로 난 백수생활을 3년이나 해왔다.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한 건 아니었다. 블로그로 용돈벌이 수준의 작은 수입을 얻었고, 잠깐 주식 상승장에서 투자 놀이를 하기도 했다(지금은 주식이 2백 정도 물려있다). 또한 작년에는 4개월간 재택부업을 하면서 작은 용돈을 쏠쏠하게 범으로써 생활의 질을 높이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녔다. 부모님댁에서 얹혀사는 캥거루족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벌고, 안 쓰면 안 쓰는 대로 모여서 약간의 저축도 되었다. 작년에는 연간 총 2백만원의 흑자 가계부를 썼다.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백수치고는 많이 모은 셈이다. 마이너스 아닌 게 어딘가 싶다.     






 딱 만 3년의 백수생활을 접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건강이 많이 나아진 게 핵심이었다. 작년에는 정말로 심심한 하루하루가 대부분이었고, 할 일이 적고 지루하다 보니 오히려 우울해지는 이상한 경험까지 했다. 그렇게 정신은 맑아졌지만 체력이 바닥을 치는 바람에 큰맘 먹고 계단 오르기와 요가를 시작한 지도 3주가 넘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내가 일을 하기로 한데는 재택부업을 시작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주 적은 수입의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빠지던 중, 부업 활동으로 돈을 벌자 다시 자신감이 생겨났다. 이런 식으로 꼭 대단한 일 하지 않아도 돈을 벌어먹고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여기까지 온 거면 더 이상 그럴싸한 것, 큰 것, 많은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최저임금도 좋으니 회사에 소속되어 하루를 잘 보내고 1백만원, 2백만원이라도 버는 인생이면 족하다. 바닥까지 떨어져 봤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이제 나이도 먹었고 감지덕지한 사회활동일 것이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해 지난 월요일, 3년 만에 처음으로 어느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단순노동이 주가 되는 직종으로 마음은 가볍게, 몸은 튼튼하게 일할 수 있는 곳들을 찾았다. 오늘 어느 기업에서 내 이력서를 열람했는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걸 보니 떨어진 것 같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고 또 다른 곳을 찾아서 이력서를 넣었다. 어딘가는 인연이 닿는 회사가 있겠지.





    

 전에 브런치 글에 회사를 다시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없는 주장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3년간 이래저래 작게 돈을 벌며 느낀 건 난 집에서 돈을 잘 벌 생각이 별로 없다는 것과 장사 비슷한 일을 하기엔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뻔뻔한 백수생활이 이어지다 마침내 내린 큰 결정이었다. 그간 쉬면서 알바 등을 하며 정신적으로 고통받았던 기억도 싹 녹아내렸고 멘탈 단련도 잘 해두었으니 이번이야말로 다시 안정적인 사회 진출을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직장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된다면 1년간 노심초사하며 힘들게 남긴 흑자를   만에도 가능하게  거란 생각이 가슴을 부풀게 한다. 본가에서 통근할 곳을 찾아서 일하면 수입의 3/4 저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매일 방구석에서 헛되이 계산기나 두들기며 이래서 어떻게 노후를 보낼까 하고 고민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제야 이런 생각을 하는  보니 내가 현실감각을 회복한 것이 확실하다. 역시 이러나저러나 평생 먹고  돈이 수중에 없으면 사람은 일을 하러 나가는 수밖에 없는  맞다. 나는 그걸 회피하며  기간이 길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할  있으니 괜찮다. 때론 아프고 방황했던 지난날을 후회하고 안타까워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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