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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Mar 06. 2024

프리져버드 꽃 액자로 마음을 전해요

어서 와! 사회생활은 처음이지?

 반가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사실 작년 12월부터 감기로 고생했지만 아직 온도가 갑자기 바뀌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재채기와 콧물이 난다.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다. 몸이 늙어 그렇다 생각하고 체념하는 게 속편 하다. 우리나라에서 부산은 한마디로 '따신동네'이기는 하나 부산에서 사는 사람인 나는 그렇게 따숩진 않다. 오늘 같이 비가 오고 기온이 내려가는 날이면 집에 일찍 퇴근해 전기장판에 몸을 맡기고 양껏 몸이 녹아내도록 이불속에 있고 싶어 진다. 그럼에도 오늘은 첫 수업을 하러 가는 날이기에 힘든 몸을 이끌고 퇴근 후 집이 아닌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한다. 작년에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은 탓에 내가 조금은 대견하기도 하고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몸이 아프니 글 쓰는 것도 쉽지 않다. 오늘 첫 수업날인데 몸이 힘드니 살짝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어 갈 핑계라도 만들자 싶어 출근해서 나의 재능 중 하나를 쏟아봤다. 돈 주고 산건 없지만 나의 마음을 듬뿍 담아 온 정성을 다했다. 이 선물의 주인공은 함께 수업을 듣는 반의 '반장'이다. 몇 기수 전에 반장을 했었고 작년엔 반장이 아니지만 반장이 하는 일을 하게 되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번학기에도 암묵적 반장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나이로 봐서 반장은 내 차지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고마움에 대한 인사와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첫 사회생활에 대한 선물이기도 하기로 했다. 나름 고학력 디자이너인 나의 작품이 선물로 가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 고학력 디자이너는 나다. 디자인 자격증 2개나 되니 거짓말은 아니다. 웃기기도 하지만 나는 선물을 준비할 때나 만들 때, 포장할 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최고라고 생각하며 만든다. 자신감을 가지고 만들면 제법 그럴싸 해진다.

 출근을 해서 두 시간 정도 일정이 비는 한가한 시간이 있었다. 급하게 작업을 시작했다.


원예치료요법 때 사용한 프리져버드를 모았다. 생화를 말려 색소를 입히고 특수처리를 한 꽃과 식물들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떻게 디자인을 할지 고민을 했다. 머릿속 디자인을 하나하나 실행했다. 첫 번째로 만든 것은 좀 미흡하긴 하나 여백의 미가 있다. 강아지풀을 사용해 복슬복슬하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두 번째로 만든 것은 꽃다발이다. 사진으로는 좀 빈약해 보이지만 완성하고 나서 꽃잎을 더 추가해 풍성하게 만들었다. 세 번째는 꽃폭탄이다. 남은 프리져버드를 거의 다 사용했다. 목공풀로 붙이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하는 작업이라 재미도 있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 신경질도 조금 났다. 꽃잎이 얇고 약해서 핀셋으로 집을 때마다 부서질까 힘들었다. 실제로도 많이 부서지기도 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너무 즐거웠다.  



내가 힘들면 자주 나에게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나 칭찬을 할 때 자주 하는 말을 인쇄해서 위, 아래로 붙여 주었다. 자신이 생각보다 더 큰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위, 아래 과하게 붙였다. 지금 보 좀 더 과감하게 글을 더 크게 했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목공풀로 손이 더러워지고 글루건에 손가락 화상을 입을 뻔했지만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멋진 사람들을 만나 더 멋진 나를 만들고

좋은 향이 피어나는 곳에서

좋은 향을 입혀주는 사람과 함께하며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칭찬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어서 와! 사회생활은 처음이지?


항상 응원을 보냅니다.


명언집에서 약간의 참조를 해 나름 좋은 글도 적어주었다. 얼마간이라도 책상에 자리를 잡고 자신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대단한 사람인지 기억하길 바라며 네임펜으로 한 자 한 자 적었는데 적고 나니 얇은 펜으로 적지 않을걸 살짝 후회했다. 엽서가 한 장뿐이라 낙장불입이 되었다.


포장은 심플하게 하는 편으로 멀쩡한 포장지를 구겨서 끈으로 묶고 비닐포장지에 한번 더 넣었다. 비가 오는 탓에 젖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회사에서 초과 근무를 1시간 하고 부랴 부랴 포장한 것을 한 번 더 점검하고 지각으로 출석을 해 선물주인에게 잘 전달했다. 너무 큰 기대를 해 실망을 했는지 밤이 깊어도 선물주인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감기기운으로 일찍 잠자리에 든 것인지 걱정이 된다.





완성된 선물을 너무나 예쁘고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게 만들었지만 시작은 난장판이었다. 목공풀도 없었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타일 냄비받침 세트에서 찾아냈고 말린 압화 족자와 프리져버드, 그리고 단아한 상자까지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음을 담아 오랜만에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만들었다.


 이 선물을 주려 비 오는 퇴근길이 집으로 향하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지치고 아프지만 이런 핑계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든 나 자신이 대단하기도 하고 독하다는 생각도 든다. 열심히 정성을 다해 만들고 선물주인에게 쥐어주고 나니 뿌듯하고 기쁘다. 너무 큰 기대는 말라고 했지만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것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지만 선물을 만드는 그 시간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혼자 있으면서도 구속되고 여럿이 있어도 혼자인 날들이 많았는데 열중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이야 말로 힐링이 된 것 같다. 이런 힐링이라면 나는 적극 추천한다. 어차피 할 거라면 진취적인 것으로 정하길 나 자신에게 바랄 뿐이다. 오늘밤은 마음을 담은 이 선물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지치고 힘든 젊은 청춘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사람이다. 부딪히고 깨지고 밟히더라도 나는 언제나 소중한 존재이고 또 아름다운 인간임을 나도 당신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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