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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Oct 06. 2023

어느새 운동 중독자의 삶을 산다.

인생 뭐 없다. 그냥 하는 거지 뭐.

 2023년 9월 14일은 운동을 시작하고 1년 6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물론 운동을 계속하고 있지만 사실 직장 생활하면서 매일매일 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무엇이든 꾸준히 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미션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들이 퇴근과 동시에 다시 전쟁터로 나온다. 퇴근은 그런 의미인 것이다. 남자사람들이야 퇴근이 쉼이고, 밥이고, 자유시간일 수 있으나 대한민국의 여자사람아줌마인 나에게는 고된 노동의 연속이다. 그렇게 20년을 살아낸 내가 지금은 조금 바뀌어 가고 있다.


처음 시작은 남편의 '돼지 같다'는 말 한마디였지만 사실 건강도 나빠지고 있었다. 야근과 스트레스도 많았고 불면과 부종으로 급사할 것만 같았다. 병원에서 늘 죽음만 보다 보니 불안하기도 했고 또 일만 하고 천대받고 홀대받다가 죽기는 싫었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내 몸하나 바꾸지 못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될 것 같았다. 퇴근 후 집 앞에 있는 프로출신 관장님이 운영하는 킥복싱장도 다녔지만 요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가 터졌고 의료기관종사자는 관리대상이었다. 그 당시 개인사생활도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만 했고 병원 이름이 며칠째 뉴스에 나올 때도 있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환자들까지 나의 잘못으로 행여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나는 퇴사를 해도 나의 도의적 책임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홈트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튜버들의 운동들은 거의 다 해봤지만 그렇게 한다고 살이 몇 킬로씩 빠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몸에 무리만 가고 다음날은 정말 계단을 네발로 올라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드 넓은 유튜브를 떠돌았다. 1년 넘게 안 해본 운동들이 없었고 효과를 본 운동도 많았다. 당시 10분, 20분 정도의 운동들을 모야 대략 40분짜리 커리큘럼을 짰다. 퇴근 후 밥을 하고 집안일을 마치고 저녁도 굶은 채 운동을 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건 당연한데 배가 고파서 과정을 따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퇴근하고 바로 안방으로 들어와  매트를 깔고 운동을 해 중간 틈을 없앴다. 마치 화장실이 급한 사람처럼 현관에서 안방까지 다른 곳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직진해서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안방 문을 닫는다. 출근했던 갑옷을 벗고 화장대 큰 거울을 보며 운동을 했다. 변해가는 몸을 눈바디도 하고 올바로 잘하고 있는지 확인도 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한여름엔 안방의 실내온도가 29도가 넘어 땀도 많이 나고 혼자 운동하는데 익숙해져서인지 꽤 효율적이었다. 지금은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섞어 1시간 정도 운동을 매일 하고 있다. 가끔 아파트의 헬스장에 가서 뛰기도 하지만 너무 초보인 나에게 무거운 기계들은 그냥 무서운 존재들이라 인바디를 재거나 트레이너분께 어느 부위를 운동해야 할지 여쭤보러 간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정말 주말에 할 일이 없을 때 운동복을 차려입고 간다. 두 시간가량 뛰고 오면 800g 정도는 빠져오지만 커피 한잔과 김밥 몇 알이면 몸무게는 다시 회귀한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1g에도 기뻐하고 실망했지만 지금은 몸무게보다는 눈바디와 근력에 더 치중한다. 출근할 때도 지하철 계단을 두 개씩 런지를 하는 것처럼 오른다. 처음에 계단을 두 개씩 오를 때는 땀이 나고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냥 가뿐하게 다리가 움직인다.



직장동료들이 비슷한 시기에 운동을 시작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나뿐이다. 내가 몸무게가 많이 나갔던 건 아닌데 꾸준히 하는 사람이 없었다. 처음 목표는 몸무게 앞자리만 바꾸는 것이었고 운동과 식단도 신경을 썼다. 그렇다고 음식을 저울에 잰다거나 굶는다거나 그런 극단적 다이어트는 하지 않았다. 단지 흰밥을 절제하고 현미와 오트밀을 먹었다. 군것질을 하지 않았고 배가 고프면 먹었다. 회사 구내식당 메뉴도 가리지 않고 먹었다. 김치도 먹고 소스에 버무려진 샐러드도 먹었다. 먹는 걸로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칼로리 계산을 하면서 1일 1100kcal는 넘지 않으려 노력했다. 정말 먹을 게 없으면 김을 깔고 야채로 김밥을 말아먹었다. 그렇게 배 부르게 먹고 운동을 했다. 그냥 숨 쉬고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일처럼 일정이 늦게 끝나는 날에도 집으로 들어와 바로 운동을 했다.






지금도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은 10kg 넘게 빠진 내가 크게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정기적으로 검사도 하고 인바디로 체크를 한다. 신체나이와 혈관나이는 내 나이보다 어려져 가고 있다. 이렇게 잘할걸 왜 진작 하지 않고 그렇게 살았나 싶어 조금은 아쉽다.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또 누구나 다 할 수 없는 게 다이어트인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유지어터로 나름 성공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언제 또 새살이 돋아 날지 모를 불안감도 있다. 그래도 지금은 나름의 여유를 안고 숫자에 그렇게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66이었던 나도 44인 나도 똑같이 사랑한다. 인생 뭐 있을 것 같지만 살아보니 인생 뭐 없다. 그냥 내가 좋으면 가는 거고 싫으면 돌아가는 거다.


비법을 묻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겼다. 처음엔 걱정을 다음엔 비법을 전수해 주라는 농담 같은 진담이 나를 향한다. 그러면 나는 진지하게 말한다. '매일매일 그냥 합니다.' 정도는 없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지지 않을 리가 없다. 세상의 이치가 그런 것이지만 만약 안 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너무 안 먹어서 그런 거니 조금 더 먹어보길 권한다. 물론 많이 먹으면 살은 당연히 찐다. 살이 쪘을 때는 맞는 옷을 찾아다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XS 사이즈 매장에 가도 애매하다. 좀 더 빼던지 좀 더 찌우던지 이 애매한 세상.


무념무상 오늘도 운동하고 글을 쓴다. 이런 무릉도원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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