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의손 Jan 09. 2024

처음으로 지각을 했다.

아픈 직장인 여자사람 아줌마.

 지금의 회사에서 일한 지 벌써 7년 차가 되었다. 나도 내가 이곳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짱 박혀 있을 줄 몰랐다. 처음 입사할 때는 좋기만 했지만 해가 더듭될 수록 월급에 비해 많은 정신적 노동과 스트레스는 이직할 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경력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칼퇴근은 나를 또 몇 년간 견디게 했지만 사실 마음보다는 몸이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장 갱년기라는 것이 바로 눈앞까지 쳐들어와 있었고 아이들과 독박살림은 결혼 후부터 계속 나의 옆구리에 붙어 떨어지지 않고 있었고 내가 죽을 때까지 아마도 계속 붙어 있을 것이다. 2023년도 무사히 잘 버티고 넘어가려고 순간 방심을 했는지 마지막 시험을 보고 긴장이 풀렸는지 한순간에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몸이 아프면 첫 번째 목이 붓고 눈에서 불이 난다. 그러기 전에 항생제와 수액으로 몸을 달랜다. 그러나 급작스럽데 아프기 시작한 몸은 새해를 맞이하는 긴 연휴에도 전혀 나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큰아들이 도와준 덕에 집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항생제가 효과가 있었는지 밥도 해서 먹고 컨디션이 돌아오나 싶었다. 연휴가 끝나고 다음날 출근을 해서 일처리를 하느라 힘들었는지 퇴근을 하고 저녁 8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밖이 너무 밝았다. 나는 시계를 봤다. 아침 8시였다. 그 시간에는 출근을 해 이미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급하게 사무실에 연락을 하고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나는 태어나서 지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 지각으로 나도 충격을 받았다. 나이 50살에 몸이 아프다고 지각이라니! 반차를 써서 오후에 출근을 하려고도 생각했지만 오전에 잡혀있는 일정이 있어서 출근은 해야만 했다. 그렇게 30분 지각을 하고 책상 앞에 앉으니 긴장이 풀린 것인지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책상 앞에서 엎어져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출근하는 사이 오전 일정이 취소되었다. 그래서 더 허탈했다. 늘 기본 30분은 일찍 출근해 누구보다 빨리 하루일과를 시작했었다. 

 왼쪽, 오른쪽 팔에 매일 수액을 맞고 진통제를 맞고 피멍과 반창고 알레르기로 가려웠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겨우 컨디션이 돌아왔다. 아무리 아파도 집안일을 또 해야 하고 수능은 봤지만 유치원생 같이 아기 같은 큰아들의 밥은 차려줘야 했다. 직장에서도 하지 않는 잔업을 퇴근해서 집에서 한다. 빨래도 개켜야 했고 청소며 설거지도 다 내 몫이었다. 도와줄 사람도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나뿐이고 해결을 할 사람도 나뿐이다. 아픈 것도 어쩔 수 없이 내가 해결해야 했다. 기어서 화장실에 가고 쓰러질 것 같아도 아들 밥은 챙겨야 했다. 물론 출근도 따박따박해야 했다. 아픈 직장인 여자사람 엄마의 삶이란 참 쓰고 쓰다. 아픈 것도 서럽고 출근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집에 와서 쉴 수 없고 회사보다 더 힘들다는 것이다. 이래서 직장생활을 포기 못한다고 하면 다들 웃을지 모르지만 나는 진심이다. 

시작은 족발
오븐에 구웠더니 짝퉁 슈바인학센


묵은지 김밥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직장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아들은 고기에 국까지 끓여주고 나는 묵은지 넣어 김밥을 싸서 먹었다. 김밥은 질리지도 않는다. 그거라도 목구멍에 넘어가니 정말 이제 아픈 게 다 나은 것 같다. 이제 몸을 막 쓰지 말고 살살 달래 가며 어린아이 다루듯 해야 할 것 같다. 매일매일이 다르고 몸이 아프니 마음도 아프다. 지각도 이제 하지 않을 테지만 나이를 먹는 게 몸으로 느껴지니 아쉽다. 50살이 되기를 기다렸지만 막상 닥치니 그렇게 또 기쁘지만은 않다. 늘 최선을 다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 내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2024년 여동생의 첫 보따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