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의손 Feb 07. 2024

당신의 눈썹은 안녕하십니까?

유성매직과 네임펜, 연필 그 어디쯤에서 찾은 면봉

 책상에 앉아 작은 손거울에 매달려 나는 중얼거렸다. 

 '어쩔 없다!'

 '이것이 최선이다.' 


 출근하는 아침은 1분 1초가 바쁘다. 아이들이 있는 직장인엄마의 아침은 전장에 나서는 장군의 마음처럼 비장하다. 전날 밤부터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최단시간의 출근 루트를 고민한다. 그중에 월요일 아침은 무언가가 나의 등을 떠밀고 옷자락을 당겨 더 마음이 급해지고 바쁜 날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하루 8시간을 직장에 묶여 있는 유리봉투 직장인들은 다 알 것이다. 직장의 특수성도 있지만 마스크를 쓰는 생활을 몇 년째 계속하다 보니 화장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보이는 곳만 손을 대는 참으로 효율적인 아침시간을 보내고 있다. 

 출근 준비시간을 줄이기 위해 잠들기 전 입고 갈 옷을 세팅해 놓고 가방 속의 물건도 챙겨 놓는다. 아침에 늦잠을 자더라도 세팅된 옷과 가방을 챙겨 나가면 지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날도 그랬다. 그래도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니 부끄럽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거울을 보며 눈썹칼로 눈썹을 정리하고 기본적인 스킨케어를 하고 선크림을 바르고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가방을 들고 출근을 했다. 붐비는 지하철도 그렇고 출근 후에도 월요일이라는 타이틀은 나에게 조금의 쉴틈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월요일 아침이 지나가고 있었다. 모니터 앞에 세워둔 거울로 얼굴 상태를 체크했다. 아침에 잠이 덜 깬 채로 눈썹칼로 눈썹을 정리하다 눈두덩이에 살짝 피가 났는지 작은 딱지가 있었다. 그런데 분명 있어야 할 게 없었다. 눈썹이 없다. 집에서 분명 그리고 나왔을 텐데 어디로 간 것인지 찾을 길이 없다. 정성으로 눈썹만 정리하고 그대로 출근을 했던 것이다. 아침에 회의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아무도 나에게 말을 해 주지 않았다. 그만큼 자연스러웠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민망함은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로지 나의 것이니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만 했다. 서둘러 가방의 파우치를 찾았다. 작은 스카프와 볼펜 한 자루만 들어있고 늘 가지고 다니던 파우치는 어디로 간 것인지 없었다. 아침에 입고 나갈 옷을 챙기며 가방을 바꿔 나왔는데 옮겨 담지 못한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눈썹 없이 다닐 수는 없었다. 곧 구내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이었다. 나는 쪼그리고 앉아 사물함을 뒤졌다. 뭐라도 나와야 한다고 중얼거리며 아무것도 없으면 연필로라도 그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그리고 평생 그려본 적 없는 아이라이너가 나왔다. 언제 가져다 놓았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아이라이너를 눈썹에 그려 보았다. 완전한 검정이란 이런 색이었다. 누가 봐도 일부러 찍은 점과 선이었다. 그러나 고민은 사치였다. 책상서랍에서 면봉을 찾아 잘못 찍은 점과 선을 닦기 시작했다. 요행스럽게도 번지면서 닦기기 시작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기겁을 했을 텐데 오히려 좋았다. 면봉에 아이라이너 액을 묻혀 눈썹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린다기보다는 채웠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검정과 회색의 그 어디쯤에 있을 법한 색으로 눈썹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직원들은 아무도 나의 눈썹에는 관심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역시 사회생활은 잔머리가 팔 할인 것 같다. 이런 잔머리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퇴근할 때 가방에 스카프 하나와 볼펜 한 자루를 넣고 퇴근을 했다. 이러려면 가방은 왜 가지고 온 건지 웃음이 났다. 지갑도 없고 현금도 없고 휴대폰뒤에 꽂힌 교통카드가 없었다면 나의 퇴근길은 험난 했을 것이다.  눈썹이 없어 까딱했으면 네임펜이나 매직으로 눈썹을 그릴 뻔했다. 나름 잘 그려진 눈썹덕에 자존감도 올라갔다. 





 아무리 내가 미스코리아처럼 생겼다고 해도 눈썹 없이는' 빙구'가 된다. 그리고 나는 평균이하의 체력적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누가 봐도 평범 그 자체 아줌마 여자사람이다. 그래도 월급 주는 직장에서 얼굴을 내놓고 일하니 나 때문에 다 같이 부끄러운 상황은 없어야 한다. 이것도 경험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출근할 때 눈썹확인을 한 번 더 한다. 각자의 자리에 있어야 더 조화로운 법인 듯하다. 




아무리 화장대 앞에 앉아 그려봐도 오늘의 눈썹은 짝짝이다. 시간이 더 있어도 안될듯해 그냥 출근했는데 자세히 보이 어제 면봉으로 급하게 그린 눈썹보다 못하다. 역시 나는 대충 해야 되는 듯. 


면봉을 꺼내? 말아?  


작가의 이전글 스트레스로 오는 입 터짐 방지 나는 이렇게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