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어버이날이 되기 전의 주말이었다.
아들이 자기 용돈을 털어 카네이션을 준비하기로 했다.
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는 카네이션 생화 한 송이, 꽃을 좋아하는 할머니에게는 마당에 심을 수 있는 카네이션이었다.
"엄마, 다음주 용돈 안 받을 테니까 엄마가 계산해줘."
아들은 그렇게 말하고 꽃가게를 쌩하니 나가버렸다.
이렇게 되면 왠지 내 돈으로 내가 사고 생색은 아들이 내는 기분이 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돈은 내야하니까.
꽃집 아주머니가 카네이션에 리본을 묶어주는 동안 나는 꽃들을 구경했다.
조금은 진한 듯한 분홍빛의 장미처럼 생긴 꽃이 보였다.
'예쁘다.'
나는 장미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미를 닮은 저 꽃은 유독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 사시게요?"
아주머니가 내게 물었다.
"아, 아니요. 그냥 구경만 하는 거예요. 이 꽃은 이름이 뭐예요?"
"그거, 리시안셔스예요."
아, 그 꽃이다.
언젠가 누가 내가 좋아할 것같은 꽃이라면서 알려준 꽃.
"아, 저게 리시안셔스예요? 진짜 예쁘다. 장미 닮았어요."
아주머니가 리시안셔스 한 송이를 주섬주섬 빼내들었다.
"아, 저, 이거 사지는 않을 건데..."
"그냥 들고 가요."
"진짜요? 고맙습니다."
"이 꽃, 꽃말이 변하지 않는 사랑이예요. 꽃말도 예쁘죠?"
나는 그렇게 아주머니가 건넨 꽃 한 송이를 받아들고 가게를 나섰다.
리시안셔스는 예뻤다.
꽃말도 예뻤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마음도 예뻤다.
그렇게 모든 게 예뻤던 하루였다.